연말까지 수급 공백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특히 작년부터 시장을 이끌어온 개인투자자의 수급은 두 가지 큰 변수로 인하여 연말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나는 대주주 양도세 회피를 위한 매물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가계 대출 억제에 따른 빚투 자금 청산 매도가 바로 두 변수입니다.
그런데 이 두 변수는 시장 상황에 따라 매물 출회 강도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 특징을 살펴보다 보면 이 두 변수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 해 볼 수 있겠습니다.
너무 익숙한 대주주 양도세 회피 vs 개인 가계 대출 억제 따른 빚투 청산
첫 번째로 대주주 양도세 회피 연말 매물을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너무도 익숙한 이슈이지요.
대주주 양도세 회피에 따른 연말 매물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2년마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이 레벨 다운되기 시작하면서 이슈화되었습니다. 특히 거래대금이 작은 중·소형주와 개별 종목에 큰 영향을 미쳤지요. 다만, 해가 거듭될수록 학습효과로 인하여 12월 연말에 몰아서 매도하기보다는 그 전부터 미리미리 준비하다 보니 하반기가 시작되는 여름 장부터 중소형주에 영향을 미치고 정작 연말에 주는 영향은 과거보다는 낮아졌습니다.
다만, 올해 같은 경우에는 2019년에 대주주 양도세 기준이 10억 원으로 하향된 상황에서 역대 최대 개인투자자의 증시 유입이 있었기 때문에 뒤늦게 이 제도를 알게 된 개인투자자의 매물이 연말에 갑자기 등장할 수 있습니다.
(※ 대주주 양도세 기준이란 게 가족들의 주식도 합산되다 보니 뒤늦게 알게 되고, 연말에 급하게 매물을 쏟아낼 수도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세율 자체는 큰 문제는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대주주 양도세 대상이라는 꼬리표는 마치 “종부세”,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의 꼬리표처럼 투자자에 따라 불편할 수 있다 보니 잠재 매물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가계 대출 억제에 따른 개인 빚투 청산입니다.
지난 초가을부터 가계 대출이 본격적으로 억제되고 마이너스 통장, 신용융자, 주택담보대출 심지어 전세자금 대출까지 억죄며 가계 대출 증가율을 억제하고 있지요. 문제는 안타깝게도 개인투자자의 상당수는 이러한 가계 대출을 통하여 주식시장에서 빚투를 하고 있단 점입니다.
사실 빚투 자금 규모는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습니다. 빚이라고 하는 것이 금융권에서 부채도 있지만, 친구, 부모, 지인들에게 빌려서 투자한 예도 많을 터이고 금융권에서 빚을 냈다 하더라도 생활비로도 쓰이고 사업용으로도 쓰이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을 것이기에 주식시장으로 얼마가 들어왔는지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요.
다만, 매일 공시되고 있는 금융투자협회의 신용융자 잔액 추이는 대략적으로라도 빚투의 전체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라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주식시장에서의 신용융자 잔고가 작년 연말 대비 4조 원(+24% 증가) 이상 늘어났단 점은 전체 빚투 규모 또한 그만큼 폭증하였음을 그림자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계 대출이 억죄어지면서 마이너스 통장/신용대출 한도가 줄어들기도 하고, 리볼빙이 어려워지니 빚으로 주식투자를 했던 투자자로서는 만기 또는 재약정 기일이 도래하면 주식을 매도하여 상환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가을 이후 만들어졌고 한국 증시에 대주주 양도세 이슈와 함께 매물로 등장한 것입니다.
특히 개인의 경제 활동은 보통 연말에 청산 해야 할 것들이 많다 보니 빚투 자금들도 일단 연말에 거두어들이는 경우들도 많을 것입니다.
증시 상승/하락에 따라 대주주 양도세 회피매물 / 빚투 청산 매물 강도가 다르다.
그런데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이 두 가지 이슈를 뜯어보다 보면 증시 상황에 따라 매물의 강도가 틀릴 수 있음을 미루어 짐작 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증시가 상승할 때를 가정 해 보겠습니다.
증시 상승 상황에서는 대주주 양도세 대상이 되는 투자자들의 1종목당 평가금액은 기준치인 10억 원을 넘어 더 높은 금액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평가금액을 낮추기 위한 매도 물량을 살포시 고가에 내놓으니 증시 상승에 제한을 주는 변수로 등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개인 빚투 자금의 경우는 증시가 상승하면 상환 압박이 덜어지게 되지요. 조금만 더 버티면 평가금액이 늘어나게 되니 빚을 갚기 위해 매도하더라도 강도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울 것입니다.
반대로 증시가 하락할 때에는 대주주 양도세 대상이 되는 투자자 중 1종목당 평가금액이 기준 금액인 10억 원을 밑돌게 되면서 대주주 양도세 대상에서 벗어납니다. 굳이 매물을 던질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지요.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 것입니다. 어쩌면 연말에 존재감 자체가 아예 없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개인 빚투 자금은 매우 쫓기는 처지에 놓입니다. 주식 손실이 커지면서 자신의 투자 원금이 줄어들다 못해 심한 경우 빚 갚아도 빚만 남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증시가 하락할 때 악성 매물로서 투매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 이 상황을 우리는 지난 9월 말~10월 초 조정장에서 그리고 이번 11월 초 조정장에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요약해 보자면
상승장에서는 대주주 양도세 매물 꾸준히 연말까지 등장 / 빚투 자금 매물은 비공격적
하락장에서는 대주주 양도세 매물 감소 / 빚투 자금 매물 매우 공격적 투매
지금 증시 상황은 어떠할까?
위의 상황을 종합하여 현재 증시를 생각해 본다면
지금 증시는 하반기 이후 조정장을 거쳤고, 대주주 양도세 대상 투자자 중 상당수는 여름부터 이미 물량을 줄였을 것입니다. 결국 이번 가을 하락장으로 인하여 대주주 양도세 대상 매물이 강하게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대략 추석 이후 조정을 시작한 분기점인 주가지수 3,100p까지 증시가 급하게 반등하지 않는다면 대주주 양도세 매물은 큰 이슈는 되지 않을 듯합니다.
다만, 빚투 자금의 청산 이슈는 증시가 하락할 때 날카로운 매물을 쏟아내기에 증시가 완만하게 상승할 필요가 있습니다. 9월 말~10월 초 그리고 11월 최근까지 빚투 청산 매물이 날카롭게 쏟아졌기에 많은 부분 해소는 된 것 같습니다만, 아직도 신용융자가 23조 원대 후반이란 점에서 긴장은 남아있습니다.
다만, 증시가 하락하면서 주가지수 2,900p를 밀고 내려간다면 이번 주 증시에서 보셨던 것처럼 지수는 별로 하락하지 않더라도 개별 종목들이 전반적으로 급락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빨리 주식 팔아서 빚을 갚아야 하니 말입니다.)
이를 종합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이 두 이슈가 일단락되는 12월 중순까지 증시가 급등하지도 말고, 급락하지도 않는 차분한 반등 속에 숨 고르는 듯한 증시 흐름이 나타나 주는 것입니다. 급하게 올라가면 대주주 양도세 회피 짱돌 매물이 등장하고, 증시가 밀리면 개별 종목 단위에서 악성 매물이 칼날처럼 쏟아질 터이니 말이죠.
그리고 12월 중순을 넘어서면 결국 제도적으로 만들어진 개인 매물로 인한 증시 왜곡을 역이용하는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시장 분위기는 바뀌고 있을 것입니다. 대략 한 달여 남았군요.
2021년 11월 12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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