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리밸런싱 때문에 전후 외국인 매매 : 패시브가 시장을 왜곡하는 증시

입력: 2021- 05- 28- 오후 01:34

매해 2월, 5월, 8월, 11월이 되면 MSCI EM 지수 리밸런싱 이슈로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면서 시장에 부담을 안겨주곤 하였습니다. 이번 5월도 9조 5천 원대의 외국인 매도가 쏟아졌으니 이 매도 물량 중 상당 부분은 MSCI 지수 리밸런싱에 따른 영향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한편 글로벌 지수 리밸런싱 등의 이슈를 보다 보면 불편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글로벌 호구가 보이더군요. 그 호구는 바로 외국인입니다.


▶ 2018년 이후 MSCI EM지수 리밸런싱 그리고 2013년 뱅가드 인덱스 변경 이슈 등

2010년대 중반부터 MSCI 이머징 지수에 중국 A주의 비중을 높인다는 이야기가 계속 돌았고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단계적으로 중국 A주의 비중을 높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전망에 따르면, 2023년 편입이 완료되고 나면 중국 주식 비중은 40% 가까이 높아지고 한국 비중은 2018년 15% 수준에서 12% 수준으로 낮아지게 되다 보니 외국인 수급이 우려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2018년 이후 2월, 5월, 8월, 11월이 되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물량과 MSCI 리밸런싱은 증시에 중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2019년 11월에는 월간 3조 원대 순매도를 기록하였고, 심지어 외국인은 11월 26일 동시호가에 5천억 원대의 짱돌 매물을 던지기도 하였지요.
물론 무조건 2월, 5월, 8월, 11월에 외국인 매물이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만 2018년 이후 올해까지 매 5월에는 외국인 매도가 제법 크게 등장하여왔습니다.

아래 2018년 이후 월평균 외국인 매매 자료에 보시는 바처럼 5월에는 외국인 매도가 가장 크게 집중되었습니다. 실제 2018년 이후 올해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5월에는 외국인 매도가 크게 등장하였고 평균 4조2천억 원을 넘을 정도입니다.

[2018년 이후 월평균 외국인 코스피+코스닥 순 매매 추이]


그런데 이런 글로벌 지수 관련 이슈가 한국 증시에 큰 부담을 주었던 경우는 2013년에도 있었습니다. 당시엔 뱅가드에서 인덱스 펀드의 기준지수를 MSCI에서 FTSE로 변경하면서 2012년부터 2013년 한국 증시에 외국인 매물을 출회시키는 원인이 되었고 실제 매달 1조 원 수준의 외국인 매물이 등장하였습니다.

당시 MSCI EM이슈 그리고 뱅가드 기준지수 변경 이슈로 인해 시장이 대폭락 장이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외국인 수급 공백을 만드는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지 않나요? 패시브(인덱스)는 합리적인 시장을 추구하는데….

현재 진행 중인 MSCI 리밸런싱, 과거 뱅가드 지수 변경을 저는 다른 관점에서 보곤 합니다. 단순하게 “외국인 매물 등장 부담이야”라는 관점이 아닌 투자원리 측면에서 말입니다.
패시브 전략을 추구하는 인덱스와 ETF의 대전제는 주식시장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개념이 깔려있습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파고 들어가 보면
“나의 매매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냥 시장의 가격으로 매매한다”라는 개념이 녹아있습니다. 그러하기에 투자자는 시장을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나 ETF로 그냥 마음 편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가 패시브 전략에 깔려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위의 MSCI 리밸런싱 과거 뱅가드 지수 변경 등에서 무언가 모순이 보이지 않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지수 리밸런싱과 지수 변경 과정에서 스스로가 가격을 만드는 Price Maker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현상을 5월 외국인 대규모 매도에서 우리는 살짝 보았고 과거 선례 중에는 일시적이지만 제법 깊은 시장 낙폭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공룡처럼 거대한 패시브 펀드들의 자금은 결국, 기준지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입니다. 이 과정에서 비중 축소 또는 편출 중복된 종목의 경우 기계적인 매도가 발생하고 그 결과 묻지마 매물 출회 속에 비이성적인 주가가 만들어집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매도 그런데 좋은 종목인데도???”


▶ 고맙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님

우리 한국 개인투자자의 고정관념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엄청나게 무서운 신과 같은 존재라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패시브 운용 자금이 절대적인 존재가 되면서 그들은 그저 패시브 전략에 따라 기계적으로 운용하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예전에는 외국인 투자자라면 뒤에 노랑머리 사람의 이미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내부 규정에 따라 투자하는 프로그램이나 코드를 실행시키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 패시브 전략이 규모가 작을 때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기지만, 지금은 공룡처럼 거대한 몸집으로 인해 시장을 왜곡시키고 오히려 우리에게 좋은 투자 기회 혹은 좋은 종목을 헐값에 던져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2021년 5월 28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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