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9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현재 보이는 유가의 상승세에는 다양한 시장의 전개와 지정학적 요소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금부터 주시해야 할 요소 5가지를 소개하겠다:
1. 수요일 오전 유가가 상승한 이유
주초 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유가는 수요일 오전, 갑작스럽게 $2 이상 상승했다.
그 이유로는 다음의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는 점이다.
미국석유협회(American Petroleum Institute, API)는 일일 430만 배럴의 재고 상승을 예상했으나, 수요일 오전에 발표된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의 데이터에 의하면 실제 상승폭은 98,000배럴에 그쳤다.
두 번째 이유는 여름 여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원유와 제트 연료 수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은 올여름 유가가 배럴당 $80을 달성할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예상이다.
2. 인도 코로나19 확산이 원유 시장에 끼치는 영향
인도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현재 이를 막기 위한 새로운 봉쇄령이 시행 중이다. 인도는 미국과 중국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원유 소비국이다. 일일 400만 배럴의 원유를 소비하며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지난 봄 미국과 유럽의 원유 수요가 급감했던 것처럼, 이 사태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하지만 인도의 정유업체들은 아직까지 가동률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내에서 소비되지 않은 연료 상품을 수출할 기회를 살피고 있으며, 따라서 원유 수요가 크게 감소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3. OPEC+, 우선 상황 살피기로 결정
OPEC+는 이번 수요일 장관급 회의를 개최해 5월부터 추진할 예정이었던 증산을 실행에 옮길지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OPEC+ 소속 에너지 장관들은 월요일의 기술위원회 회의와 화요일의 장관급 공동위원회(JMMC)를 마무리한 뒤 수요일 일정을 그대로 화요일로 앞당겼다.
화요일의 장관급 회의는 평소와는 달리 간략하게 진행되었으며 기자 회견 역시 생략되었다. OPEC+는 금년 원유 수요가 일일 590만 배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으며 5월에는 당초 예정대로 일일 60만 배럴의 증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회의는 6월 1일로 예정되어 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산유량은 7월 말까지 일일 총 200만 배럴 증가하게 될 것이다.
4. OPEC+, 올여름 가솔린 가격 압박 받을까?
애널리스트들은 200만 배럴의 증산이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할 것이다. EIA는 미국의 산유량이 금년 안으로 일일 90만 배럴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원유업체들은 WTI가 배럴당 $60을 돌파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유정 시추를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주에도 언급했던 바 있다. 바켄 지역의 원유업체 중 하나인 헤스(Hess, NYSE:HES)는 이번 수요일에 있었던 실적 발표에서 새로운 시추공 개발을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금년 남은 기간 동안 유가가 강세를 유지할 경우에만 바켄 지역에 3번째 시추공을 뚫을 계획을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다.
올여름 가솔린 가격이 갤런당 평균 $3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시되고 있다. 유가와 무관한 이유로 가격이 상승할 조짐도 일부 확인된다.
옥수수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에탄올 가격도 상승이 예상된다. 에탄올은 옥수수 등에서 생산되며, 미국에서는 가솔린에 일정 비율 이상의 가솔린을 혼입하도록 하는 혼합 의무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올여름에는 인력 부족으로 가솔린 운송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하지만 미국 정치인들은 실제 원인과는 무관하게 가솔린 가격 상승을 OPEC의 탓으로 돌리는 성향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2018년 여름, 원유와 가솔린 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해 증산에 나서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와 같은 행동을 취할까? OPEC+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청정 에너지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가솔린 가격 상승을 활용하지는 않을까?
5. 원유 기업들의 주가
수익 대부분이 상황 변동에 따라 발생한 것이기는 하지만, 원유 기업들은 2021년 1분기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유가 상승을 기회로 삼아 원유와 가스 거래에서 수익을 거뒀다. 업체 대부분이 미래 전망으로 제시한 것과는 모순되는 행보다.
BP(NYSE:BP)나 쉘(Shell, NYSE:RDSa) 등의 기업은 청정 및 재생 에너지에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분기 강한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정책과는 다른 이유에서다.
가장 먼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BP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26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CEO인 버나드 루니는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크게 강조했다. 하지만 BP의 강세는 대체로 고유가와 원유 트레이딩 부문의 실적에 기인한 것이다. 어제 실적을 발표한 로열 더치 쉘 역시 친환경 전략을 내세웠으며, 마찬가지로 원유 트레이딩 사업에서 강세를 보였다.
쉐브론(Chevron, NYSE:CVX)과 엑슨모빌(ExxonMobil, NYSE:XOM)은 금요일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엑슨모빌은 BP나 쉘과는 달리 2020년 원유 트레이딩 사업을 대폭 축소했으며, 청정 에너지와 재생 에너지 전략 홍보에도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이 결정이 1분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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