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선물] ECB정책효과 더 이상은 스스로 강화시키기 어렵다 - 12/14(월)

입력: 2020- 12- 14- 오후 12:11



□ 금리 제외 모든 정책수단 강화

유럽중앙은행 ECB는 2020년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정책수단을 강화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1)PEPP(팬데믹 긴급 매입 프로그램) 규모 확대(1.35조 유로 → 1.85조 유로)와 매입 기한 연장(2021년 6월 → 2022년 3월)을 발표했으며, 재투자 기간 또한 최소 2023년 말까지로 연장했다. 또한 (2)은행의 대출 태도를 완화시키기 위해 TLTRO3(장기대출프로그램) 시행기간을 1년 연장(2021년 6월 → 2022년 6월)했으며, 2021년 중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PELTROs) 도입을 예고하면서 은행의 민간대출 태도가 어떤 환경에서든 위축되지 않게끔 지원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 유로화 환율에 대해서는, ECB가 유로화를 타게팅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로화 강세는 ECB의 정책 목표인 ‘물가’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유로화가 중기 물가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 모니터링할 것’이라 언급하면서 추가적인 유로화 강세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 하지만 통화정책만으로는..

하지만 ECB의 정책 패키지가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는데, 그 이유를 단순히 ‘선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만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ECB의 적극적인 태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통화정책이 정책을 주도하는 시기(Monetary Dominance)가 이미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내릴 금리가 없는 데다 물가도 낮은 지금 같은 시기에 통화정책은 자체적인 힘만으로는 경제에 기여하기 매우 어렵다.

□ 금리 상단은 제어하겠다는 의지

현재 ECB의 정책 태도는 사실상 ‘일드커브 타게팅’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유연하다. PEPP는 국가별·자산별 매입 비중 기준이 상당히 유연하므로, 자칫 특정 국가의 국채 금리나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가 위로 튀면서 금융환경을 위협할 경우 ECB가 언제든 해당 자산에 개입해서 금리 상단을 막아줄 수 있는 정책수단이다. 또한 라가르드 총재는 상황에 따라 PEPP를 포함한 모든 정책수단을 언제든 변화시킬 수 있다는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활용 방식에 있어서도 상당한 유연성을 가지는 PEPP의 규모 및 기한을 그때그때 환경에 따라 언제든 조정할 수 있음을 열어놓은 ECB의 태도는, 사실상 ‘매입량 기반 자산매입’ 보다 ‘금리 기반 자산매입’ 행태에 더 가깝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우리가 맞닥트리고 있는 리스크의 본질이 ‘금융환경이 완화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완화적인 금융환경은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향후 ECB가 정책을 추가로 더 꺼내서라도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어떻게든 유지해줄 것이라는 데에 의문의 여지는 거의 없지만, 이러한 확신이 경제나 금융시장에 추가로 기여할 수 있는 바는 적다.

□ 정치적 장벽, 어려운 재정정책
그보다, 지금과 같은 ‘재정정책 우위(Fiscal Dominance)’ 시대에 통화정책이 할 수 있는 주된 역할은 정부의 재정정책을 지원하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지금은 정부 재정지출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중앙은행의 정책 여력 및 효과가 크게 좌우되는 시기다. 이런 측면에서, 앞선 통화정책의 한계는 주요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한 현상이긴 하지만 ECB의 한계는 좀 더 명확하다. 물론 올해 코로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은 EU 차원의 공동대응 합의를 극적으로 도출하긴 했지만 여전히 유럽은 여타 선진국들 대비 추가 재정정책을 활용하는 데에 상한선이 씌워져 있는 지역이다. 유럽의 본질적인 한계는 위기에 맞닥트려야만 공동대응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는, 반면 위기가 없다면 재정에 대한 추가적인 해법이 도출되기 매우 어려운 정치적인 장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정책 우위 시대 하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기대에 상한선이 씌워져 있다면 그 지역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한계를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 쉽지 않을 유로화 약세 전환

결국 이런 환경에서 ECB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금리 스프레드(장단기, 국가간, 크레딧 등)를 가능한 낮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민간의 가격 매커니즘을 약화시키는 정책이므로, 이러한 기간이 장기화될수록 다른 부작용이 한 켠에 쌓여가는 현상은 불가피하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민간의 자본 배분 효율성 저하이다. 앞으로도 ECB 정책에 대한 기대는 단순히 ECB가 정책을 추가로 발표한다고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재정정책의 역할이 좀 더 커져야만(유럽국가들의 재정통합 또는 유연화 노력이 추가로 강해져야만) ECB가 경제 및 금융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룸이 생길 것이다. 추가로, 최근 ECB는 유로화 강세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지만 만일 다음 번 유로화 강세를 주도하는 요인이 미국의 신규 재정 부양책이라면 ECB의 정책만으로는 유로화를 약세로 전환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

□ 금주, 미 의회 및 FOMC 주목
금주는 미국 양당간 부양책 협상 과정이 18일 예산안 마감시한을 앞두고 여전히 주시되는 가운데 17일 새벽 발표되는 FOMC 결과에 시장 관심이 집중되는, 정책 모멘텀이 가늠될 주간이다. 이번 FOMC 회의에서 가장 관심사는 자산매입 정책에 대한 연준의 추가 가이드라인 발표 여부인데, 당사는 (1)매입 규모와 (2)매입 만기, (3)매입 기간 중 (3)에 대한 가이던스가 새롭게 발표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지침은 금리인상 개시 직전 자산매입 종료를 시사하는 형태일 가능성이 있다. (1)과 (2)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침이 발표되지 않더라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중 (1)매입규모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되, (2)매입 만기 장기화 가능성을 열어놓는 언급을 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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