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5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최근 시장을 지배한 것은 암울한 원유 수요 전망이다. OPEC과 미 에너지정보청(EIA), 국제에너지기구(IEA), 그리고 영국의 원유 대기업 BP(NYSE:BP)에 이르기까지 온갖 기관이 원유 수요가 2019년 수준까지 회복되기까지 당초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회복 전망을 하향했다. IEA는 최근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World Energy Outlook)에서 일일 원유 소비가 2023년이 되어야 1억 300만 배럴까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OPEC은 경제 성장 둔화 전망을 이유로 2021년 원유 수요 전망을 일일 8만 배럴로 하향했다. (글로벌 원유 수요가 이미 천정을 쳤다는 BP의 전망에 대한 분석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암울한 수요 전망을 마주한 OPEC과 OPEC+는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
점진적인 증산
현재 OPEC+는 1월 1일부터 일일 200만 배럴을 증산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의 지난주 보도에 의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200만 배럴의 증산을 2021년 2분기로 연기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수요 성장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블룸버그 역시 일부 OPEC+ 위원들이 증산 연기를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번 화요일, 수하일 알 마즈루이(Suhail Al Mazroui) 아랍에미리트 에너지 장관이 에너지 인텔리전스 포럼(Energy Intelligence Forum)에서 OPEC+ 감산은 "2021년을 맞이하기 전에 완화될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다음 달 회의를 앞두고 입장을 명확히 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변경 가능성을 남겨둔 채로 현재 계획을 밝힌 것일 가능성도 있다. 11월 30일과 12월 1일에 열릴 OPEC과 OPEC+ 회의 전까지는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정치·군사적 마찰로 공급이 중단되었던 리비아산 원유도 다시 시장에 풀릴 예정이다. 이미 일일 30만 배럴의 원유가 공급되고 있으며, 최근 생산을 재개한 샤라라 유전이 전면 가동에 들어가면 30만 배럴이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다. 리비아는 내란으로 주요 유전과 원유항이 폐쇄되어 OPEC+ 감산에서 면제된 상태다. 이제 생산을 재개한 리비아가 감산에 동참할 가능성은 낮다. OPEC이 어떤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리비아산 원유 일일 60만 배럴이 추가로 공급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수요가 2020년과 2021년 1분기 내내 부진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OPEC+는 예정대로 일일 200만 배럴의 증산을 진행할 수 있을까? 만약 진행한다면 일일 60만 배럴의 리비아산 원유는 증산량에 포함될까, 포함되지 않을까?
물론 최근 몇 년간 OPEC+의 행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그래서 러시아는 어떻게 움직일까?"일 것이다. 러시아는 OPEC+에서 거의 모든 결정에 대해 사실상의 거부권을 쥐고 있다.
이번 수요일에는 모하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와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원유 시장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OPEC+ 감산안을 지키는 것이 원유 시장의 "안정을 찾고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었으나, 향후 정책에 대한 단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같은 날 알렉산더 노박(Alexander Novak)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원유 수요 개선을 예상하고 있으며, OPEC+이 "점진적으로 증산을 진행"하고 기존의 증산 계획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노박 장관의 발언을 향후 계획에 변동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OPEC과 OPEC+ 장관급 회의까지는 아직 한달하고도 반이 남았다. 재고 상승과 부정적인 경제 데이터 발표가 이어진다면 OPEC+도 증산 계획을 연기하게 될 수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은 시장과 유가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유가는 지난 4개월 사이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계속 지금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으며, OPEC+도 다른 이들처럼 그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OPEC+ 회의가 열릴 때까지 한달 반 분량의 수요 데이터와 미국 재선, 그리고 코로나19와 정부의 대응에 대한 정보를 추가로 접하게 될 것이다. 현시점에는 OPEC+도 트레이더들도 원유 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번역: 임예지/Investing.c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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