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5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Abdulazia bin Salman)은 지난주, OPEC이 추구하는 고유가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들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주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설마 리비아의 군벌 칼리파 하프타(Khalifa Haftar) 장군이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리비아에서 내전을 벌이고 있는 하프타 장군은 OPEC+의 화상 회담이 끝나고 채 몇 시간이 지나기도 전, UN의 지지를 받는 리비아통합정부(GNA)에게 휴전 협상을 제시했다. 협상이 성사된다면 시장에 대량의 리비아산 원유가 공급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같은 날 OPEC은 창설 60주년을 기념했으며, 압둘아지즈 장관을 내세워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OPEC 회원국 13개국은 모두 할당량을 엄수하고 필요하다면 불이행을 만회하기 위한 추가 감산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공급을 수요보다 낮게 유지해 유가를 배럴당 $40 이상으로 끌어올려 원유 의존도가 높아 코로나19로 인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경제를 부양하려는 의도다. 물론 OPEC의 실질적 수장인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를 주도하는 러시아는 암묵적인 예외 대상이었다. OPEC+는 기존의 OPEC 회원국과 10개 산유국의 연합체다.
모든 상황을 뒤흔들 수 있는 장군
하프타 장군은 이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서도 OPEC이 세운 계획을 완전히 망쳐버릴 수 있는 입장에 있다.
리비아의 하리가와 브레가, 즈웨티나 원유항은 목요일부터 운영을 재개해 유조선을 맞아들였으나, 리비아에서 가장 큰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주로 수출하는 최대 규모의 원유항과 터미널은 여전히 불가항력적 조업 중단(Force Majeure) 상태다.
리비아 국영석유공사(National Oil Corporation)는 다음주 안으로 산유량이 일일 26만 배럴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하프타 장군이 지난 주말 유전과 원유항에 대한 봉쇄를 철회하기 전의 산유량은 일일 10만 배럴 가량이었다.
총 산유량은 연말을 기준으로 일일 55만 배럴, 2021년 중순까지는 약 100만 배럴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비아의 산유량이 최고조를 찍었던 것은 2008년의 일로, 당시에는 일일 18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생산했으나 금년 1월부터는 하프타 장군이 벌인 내전으로 단 1배럴의 원유도 수출하지 않았다.
예상치 못했던 추가 공급으로 시장 역학이 변화하게 된다면 OPEC은 대응을 위해 다시 회의장으로 끌려오게 될 것이다.
5월부터 진행되었던 일일 960만 배럴 규모의 OPEC 감산은 금년 4월 사상 최저가인 배럴당 마이너스 $40을 기록했던 WTI를 8월 중 5개월 고점인 $43.77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4개월 동안 안정적인 가격 움직임을 유지하며 자신감을 얻은 OPEC은 이번 달부터 감산량을 일일 200만 배럴 축소할 계획을 세웠다.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으며, 각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니 시장의 붕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서였다. 원유 하락론자들이 공매에 나섰다가는 "지옥에 떨어진 것처럼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라던 압둘아지즈 장관의 협박은 유가 방어를 위한 계획적인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위협 전술이 아닌 공급량
하지만 매달 수십만 배럴의 원유가 추가로 공급된다면 원유 트레이더들은 위협 전술보다 원유 물류 추적업체의 데이터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물론 리비아의 원유 관련 상황이 지난주 WTI나 브렌트유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은 OPEC의 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 변화에 따른 압력에 굴하는 것도 단순한 시간 문제다.
에너지 거래업체 머큐리아(Mercuria)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마르코 두난드(Marco Dunand)는 이번 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아산 원유에 대해 "우리는 추가 원유가 필요하지 않다,"라고 발언했다.
두난드는 글로벌 원유 재고가 9월 중 일일 50만에서 100만 배럴 가량 증가했으나, 4분기에는 일일 100만 배럴씩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상당량의 원유가 유조선과 부유식 저장설비로 흘러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9월 들어 유조선을 부유식 저장설비와 항구에 정박된 육상 저장설비로 활용 중이다. 시장이 균형을 되찾는 과정이 둔화되고 있다.”
스탠다드차티드(Standard Charted) 애널리스트 에밀리 애쉬포드(Emily Ashford)는 블룸버그가 주최한 공개 토론회에서 원유시장의 가장 큰 하락 리스크는 OPEC+ 감산의 붕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들은 또다른 문제점을 지적한다: 최근월물과 차근월물의 타임 스프레드가 추가적인 약세를 예고한다는 것이다. WTI와 브렌트유의 12월 스프레드는 목요일, 콘탱고가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월초에는 상품 트레이더들의 유조선 용선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저장고가 바닥나는 바람에 갈 곳 없는 원유 수억 배럴을 유조선에 저장해야 했던 상황이 다시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을 일깨우는 현상이다. 봉쇄령이 해제된 뒤 원유 판매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제트 연료 수요는 여전히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비아 사태 뒤 OPEC 위협하는 것은 이란?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 맞다면 리비아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 우선은 이란이, 그리고 어쩌면 베네수엘라가 뒤를 이어 더욱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를 통해 이란의 산유량을 약 2년간 절반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에 성공했다. 런던 기반 에너지 자문업체 팩트글로벌에너지(Facts Global Energy)는 제재 전 일일 380만 배럴을 기록했던 이란의 산유량이 약 190만 배럴까지 감소했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일일 200만 배럴에 달했던 수출량은 90% 가량 감소해 일일 평균 20만 배럴에 머무르고 있다.
제재가 발효되기 전인 18개월 전, 베네수엘라의 생산량은 일일 100만 배럴에 근접했다. 카라카스에 위치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공사인 PDVSA의 8월 수출량은 4개월 만의 최고치인 일일 325,000 배럴을 기록했으나 비축분을 동원해야 했다. 산유량이 일일 10만 배럴 수준에 그친 탓이다.
미국은 지난주, UN 안전보장위원회 이사국 다수가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일방적으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최근 기자들에게 11월 3일 대선이 마무리된 뒤라면 이란과의 원유 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무리 심각한 곤경에 빠져있다 해도, 현재로서는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래를 받아들일 조짐을 찾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패배할 경우에도 이란산 원유 수출이 재개될 수 있다.
하지만 OPEC에게는 아직 선택지가 남아있다. OPEC+는 금년 말경, 2021년 1월부터 감산량을 일일 200만 배럴 축소할 계획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해당 회담에서는 감산으로 유가를 지탱할 것인지, 아니면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더 많은 원유를 수출할 것인지가 결정되게 될 것이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40을 가까스로 웃도는 수준이며 산유국들은 원유 매출 상승을 통한 경제 부양을 노리고 있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지난주, OPEC이 몇 개월에 한 번씩 시장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만나던 시절은 끝났으며, 원유 공매도자들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방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OPEC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정기적으로 화상 회의를 갖고, 시장의 변화에 대해 주도적이고 선제적인 태도를 취해 경쟁자들을 앞지르기 위한 전술을 펼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OPEC이 마주한 난관들을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이 말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번역: 임예지/Investing.c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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