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6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다시 10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상품 시장에는 섹터마다 제각기 이야깃거리가 있다. 비철금속 섹터의 경우에는 전기동일 것이다: 흔히 전기동의 가격을 살펴보기만 해도 경기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경기를 정확히 반영하는 특성 덕분에 닥터 코퍼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근 10년간 전기동 가격이 경제 상황을 올바르게 맞춘 일은 없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따로 도는 모습을 보여온 탓에 닥터 코퍼라는 말을 입에 올리면 "닥터 '누구'라고요?"라는 질문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세계 경제와 전기동 가격을 살펴보면 이 현상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 데이터에 의하면 세계 GDP는 2008-2009년의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사이 누적 29%, 내지는 연평균 2.9%의 성장을 기록했다고 한다. 사상 최악의 침체기가 포함된 기간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경이로운 수준이다.
반면 뉴욕상업거래소(NYME) COMEX의 전기동은 2000년 1월, 파운드당 86센트로 거래를 시작해 2009년 12월을 $3.33로 마감했다. 자그마치 287%의 상승이다. 이 시기 전기동은 단순히 경제를 반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두 주자로서 앞장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10년 사이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세계 GDP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30%, 내지는 연평균 3%의 성장을 기록했지만 전기동은 다른 방향을 향했다.
2010년 1월 거래를 파운드당 $3.33으로 시작한 COMEX 전기동은 $2.83까지 하락했다. 15%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전기동, 20년 만에 영웅에서 영점으로
굴지의 공업용 금속이었던 전기동은 고작 20년 만에 영웅에서 영점으로 추락했다. 이 붕괴는 대체 어째서 일어난 것일까?첫 번째 이유는 이것이다: 최근 10년 중 후반기를 지배한 것은 국제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다. 예상대로 전개되지는 않았지만, 전기동 가격을 제한하기에는 충분했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은 전기동 가격 상승을 가장 효과적으로 틀어막은 요소 중 하나다.파이낸셜 타임즈의 칼럼니스트 존 디자드(John Dizard)는 지난 10월, "여름 끝무렵에 병석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겹게 몸을 일으킨 전기동은 9월 중순 다시 고꾸라지고 말았다,"고 발언했다. 디자드는 세계적으로 보다 널리 통용되는 전기동 가격 기준인 LME 3개월물을 예시로 들어, 10월 초를 기준으로 했을 때 시장은 톤당 $5,600의 선을 가까스로 넘어섰을 뿐이라고 지적한다.$5,600는 기존 광산의 운영생산비용을 충당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광산에 투자를 유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물론 "누군가가 광맥을 찾고, 매장량을 측정하고, 교통수단과 수로를 놓은 뒤 모든 허가를 받아냈다는 가정 하의 일"이다.
투자 흥미 고갈
금속 산업계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자문업자 제프리 크리스천(Jeffrey Christian)은 또 다른 문제를 제시했다. 33년 째 뉴욕의 금속 전략 및 자문 서비스업체 CPM 그룹(CPM Group)을 이끈 크리스천은 "상품은 원하는 사람은 있지만 채광에 나서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또한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는 3개 대륙의 정부 및 업계 협회들과 손을 잡고 신규 광산 투자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관 투자가도 소매 투자자도 소형 광산업체에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이미 오래도록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채굴업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전기동 가격이 높아져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광산을 파내며, 저탄소 시멘트를 부어넣고, 길과 철도를 놓고, 선광 공장과 정제 공장을 지으며 폐기물 처리를 감독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런던 번스타인(Bernstein)의 폴 가이트(Paul Gait)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기동 가격이 현재보다 40% 높은 톤당 $8,800에 도달해야 한다는 예상을 제시했다.
이번 10년이 전기동 부흥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시티그룹(Citigroup), 그리고 제프리스(Jefferies) 등의 산업용 금속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2020년부터는 낮은 재고와 공급 제약, 그리고 개선된 수요로 전기동 가격이 상승해 다시 경제와 일치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골드만삭스의 금속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붐과 정부의 인프라 부흥책, 그리고 그리드 투자를 근거로 2020년 전망 중에서 “전기동이 가장 강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의 또 다른 투자은행인 제프리스 역시 올해 전기동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블룸버그는 현재 전기동 공급량은 2020년 "아주 미미한 수준의 주기적 수요 회복조차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제프리스 애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라페미나(Christopher LaFemina)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예상들이 과연 실현될지, 그리고 닥터 코퍼가 다시 경제를 예언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지금 시점에서 2019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비금속은 니켈이다. 니켈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수요 급증과 인도네시아의 니켈 수출 금지령으로 34% 상승했다.
--번역: 임예지/Investing.c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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