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산 당근의 국내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뿌리식물의 전염성 병충해인 바나나뿌리썩이선충이 중국 일부 지역에 번졌기 때문이다. 중국산 당근은 국내 전체 당근 수입의 95%를 차지하는 데다 외식이나 단체급식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18일 중국산 당근의 국내 입항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고, 농산물 유통업체와 단체급식업체에 사용을 자제할 것을 통보했다. 수입 금지 조치는 25일 선적분부터 적용된다. 당근 수입량은 연간 10만t 안팎으로 국내 당근 생산량(약 7만t)보다 많다. 중국산 당근 수입이 수개월간 끊길 것으로 전망되면서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신세계푸드 등 단체급식 기업과 외식업계는 수급처를 찾느라 비상이 걸렸다.
국내 당근 소비량은 연간 17만t 안팎이다. 이 중 약 10만t이 수입 물량이다. 중국산 당근은 2003년 이후 빠르게 국내 외식 및 급식 시장을 파고들었다.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 당근 주요 산지는 푸젠성과 산둥성이다. 1~5월, 8~9월엔 푸젠성에서 들어오고, 다른 기간엔 산둥성에서 재배된 물량이 수입된다. 이번에 병충해가 생긴 곳은 푸젠성이다. 산둥성 당근이 들어오는 6월이나 돼야 수입이 재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산 당근 수입이 금지되자 부광, 엠에스무역, 운학 등 주요 당근 수입·유통업체는 지난주부터 베트남 등 대체 수급처를 찾느라 바빠졌다. 신세계푸드,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등 주요 단체급식 및 식자재 업체도 국산 당근 물량을 더 확보하거나 베트남에서 들여오는 방안을 찾고 있다.
3~4월은 학교 급식이 시작되고, 기업 단체급식 수요도 늘어나는 시기다. 각 업체의 원료 수급팀엔 ‘불똥’이 떨어졌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당근은 생육기간이 약 100일이어서 저장된 물량을 4월 말까지 소진하고 나면 6월 말까지는 베트남산, 국산 등으로 대체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근은 국내 소비량 기준으로 파, 마늘, 양파 등에 이어 5~6위권인 주요 채소다. 외식이나 단체급식 등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는 2003년 이후 수입 당근이 시장을 장악해갔다. 일정한 품질이 1년 내내 유지되고, 세척된 상태로 수입되는 데다 가격이 국산에 비해 싸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일찌감치 당근 산업을 대형화, 선진화하면서 세척·유통·저장 기술 모두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며 “물류 운송기간이 짧아 신선도가 잘 유지되는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국산 당근은 제주 지역에서 60% 이상이 생산되고, 부산과 강원 일부 지역에서 나온다. 하지만 뿌리채소 특성상 태풍과 가뭄 등에 취약해 2003년, 2012년 등 여름철 자연재해가 있을 때마다 가격이 폭등했다. 10㎏에 1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중국산 당근의 수입 금지 조치로 하락세였던 국산 당근 시세는 당분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2일 기준 국산 당근 1㎏의 소매가격은 2672원 수준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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