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깜깜이 예산’으로 지적을 받는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는 예산 투명성 모범 사례로 조명받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해 3차 추가경정예산까지 반영해 편성한 세입·세출 예산총액은 5조7858억원이었다. 이는 올해 여름 공시한 ‘2019년 결산서’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만큼 제주도의 예산 관리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일부 지자체에서 편법 지출로 최종 예산안보다 실제 결산서에 첨부된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제주도는 2016년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재정관리조례를 제정했다. 맞춤형 재무정보와 각종 지표를 시의성 있게 제공하고 적절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2016년부터 매년 재정관리 보고서 형태로 일반에게 공개하는 고유 진단 모델은 예산 편성과 중기재정 계획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기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안전부의 재정 분석 결과는 매년 11월에 발표돼 다음 연도 예산안 편성과 심의에 분석 결과를 반영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주도는 자체 재정관리 보고서를 만들어 적기에 개선 사항을 다음 예산안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전문 회계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당 공무원 대부분이 2년 이상 회계정보 관리 업무를 맡은 경험이 있다. 독립성을 갖춘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감사위 내부에 개방형 직위를 신설해 민간 전문가를 다수 임용했다. 복식부기 전문관과 회계 전문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점도 돋보인다.
제주도의 유연하고 투명한 재정 운용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도 빛을 발했다. 코로나19로 세입은 줄고 세출 수요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주는 선심성 여부, 사업 효과 등을 평가해 대폭적인 보조금 구조조정을 했다. 기존 및 신규 사업도 재검토해 코로나19 극복에 쓸 수 있는 가용 자원을 확보했다. 지난달 제주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포스트 코로나 대응 업무보고’에 따르면 올해 절감한 예산은 총 442억6230만원에 이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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