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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대重, 오일뱅크 지분 팔아 재무개선…아람코, 韓 사업 확대 '윈윈'

입력: 2019- 01- 28- 오전 11:00
[단독] 현대重, 오일뱅크 지분 팔아 재무개선…아람코, 韓 사업 확대 '윈윈'

▶마켓인사이트 1월 27일 오후 11시55분

현대오일뱅크가 2017년 12월 26일 기업공개(IPO) 추진 계획을 발표하자 아람코를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이 잇따라 상장 전 지분 매각(프리IPO)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지주(대표 권오갑 부회장·사진)는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최우선 순위로 뒀기 때문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프리IPO 제안을 테이블 위에 올린 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여파로 금융당국 회계감리가 강화돼 작년 중으로 잡았던 상장 일정이 지연되면서다.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투자 제안을 검토해 두 달여 만에 아람코를 2대주주로 받기로 했다. 아람코가 향후 현대오일뱅크의 IPO를 전제로 한 프리IPO 방식으로 투자하는 만큼 상장은 내년 이후 계속 추진된다.

현대오일뱅크 가치 10조원 평가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100% 가치를 약 10조원으로 평가했다. 이 중 15~20%의 지분을 살 계획이다. 아람코는 에쓰오일 지분 63.46%도 보유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20% 이상 인수하면 한국 내 정유 자회사 에쓰오일의 계열사로 처리(기업결합신고)해야 한다”며 “인수하는 현대오일뱅크 지분은 20% 미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1조5000억~2조원을 확보하게 된다. 당초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약 30%의 지분을 팔아 조달하려 했던 금액은 최대 2조원이었다. 이번 프리IPO를 통해 상장에 맞먹는 재무 개선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를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한편 내년 이후 현대오일뱅크 IPO를 시행해 대규모 자금을 한 번 더 조달할 기회를 얻는 1석2조의 거래”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가치를 10조원 안팎으로 평가한 만큼 향후 회사가 남은 지분에 대한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가격이 평가의 잣대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정유시장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이 ‘빅4’를 형성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에쓰오일을 소유하고 있는 아람코가 경쟁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 2대주주에 오르기로 한 결정을 의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아람코가 꾸준히 한국 내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을 확대해왔다는 점에서 놀랄 일은 아니라는 게 정유업계 분석이다. 1991년 쌍용정유(현 에쓰오일)를 사들여 한국에 진출한 아람코는 2014년 한진그룹이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 28.4%를 2조2000억원에 추가 인수했다. 또 5조원을 투자해 울산 온산공장에 산화프로필렌(PO) 생산 공장을 짓는 등 7조원 이상을 한국 시장에 투자했다. 2015년에는 GS칼텍스를 사들여 국내 정유시장 점유율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 GS칼텍스 인수가 무산된 뒤에도 꾸준히 국내 정유회사 투자를 추진해온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 이어 와

40년 가까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업해온 현대중공업그룹은 아람코와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2017년 아람코와 선박 및 발전용 엔진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주최한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직접 참석해 세계 최대 조선소 건설사업인 킹 살만 조선산업단지에 투자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업황 부진으로 부채비율이 상승하자 2016년부터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해왔다.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한 데 이어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한 알짜 계열사 지분 등을 팔아 현금을 마련했다. 그 결과 2016년 말 9조3000억원이던 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6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현대오일뱅크 상장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마침표’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판 돈으로 빚을 갚으면 차입금 규모는 5조원 밑으로 떨어진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프리IPO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선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현대오일뱅크 상장은 시장과의 약속인 만큼 어떤 상황 변화가 있어도 계속 진행해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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