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존스, 나스닥, S&P500 등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20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락해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애플이 고점 대비 20% 하락하는 등 기술주 불안에 타깃 등 유통업체 실적 악화, 국제 유가 하락까지 겹쳤다. 뉴욕증권거래소 모니터에 급락한 애플 주가가 표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오늘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지난 반세기 역사에서 가장 힘든 날 중 하나였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등 각국의 주가뿐만 아니라 국제 유가, 회사채, 심지어 가상화폐 비트코인까지 줄줄이 폭락하자 블룸버그통신은 이렇게 보도했다.
투자자들이 세계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불안 심리가 팽배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 휘청이는 시장이 다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구도다.
‘바닥은 어디’ 불안에 휩싸인 시장
뉴욕증시는 이틀째 급락해 기어코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모두 1월2일보다 낮아졌다.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구글(알파벳), 넷플릭스 등 수년 동안 미 증시를 주도해온 ‘팡(FAANG)’ 주식들은 모두 연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5개 종목에서만 연중 고점 대비 1조달러(약 1132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집계하는 세계 주가지수인 MSCI 세계지수(ACWI)도 1.62% 하락해 지난달 말 기록한 작년 8월 이후 최저치에 근접했다. 알렉 영 FTSE러셀 글로벌마켓 리서치 책임자는 “글로벌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무역 전쟁이 기술기업들의 공급망을 넘어 주가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도 1주일 만에 6%대 폭락세를 되풀이했다. 이날 1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 대비 6.66% 하락한 배럴당 53.43달러, 1월물 브렌트유는 6.64% 내린 62.53달러에 거래됐다. 지난달 초의 연중 최고치 대비 27~30% 급락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수요 부족 우려가 상당한 데다 미국이 언론인 암살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게 폭락세에 불을 붙였다.
미국 회사채 시장도 한파를 맞았다. 정크본드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2014년 이후 최악의 하락세를 보였다. 구리 가격은 5일간 상승하다가 이날 한때 1% 넘게 하락했다. 아연은 1.9%, 주석은 1% 떨어졌다. 경기 둔화 우려 탓이다.
경기 침체기에 생기는 위험자산 회피 현상은 가상화폐에서도 나타났다. 이날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9.36% 하락한 4368.99달러까지 떨어졌다. 장중 4200달러 밑으로 추락해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늘어난 안전자산 수요
반면 안전자산은 강세다. 이날 10년물 미국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0.9bp(1bp=0.01%포인트) 하락한 연 3.050%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지난주 11.5bp 하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추가 하락해 6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화와 금값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자가 안전자산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 시장 약세는 세계 경제에 대한 자신감 상실 탓이란 분석이 강하다. 미·중 무역전쟁과 세계 무역 감소,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등으로 신흥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유럽, 일본에서도 지표 둔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독일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에 비해 감소했고 중국은 2009년 이후 최저인 전년 동기 대비 6.5% 성장에 그쳤다.
특히 홀로 호황을 이어가던 미 경제에 대해서도 경고음이 나온다. JP모간체이스는 이날 미국의 내년 성장률을 연 1.9%로 예측해 투자자를 충격에 빠뜨렸다. 감세 효과 상실과 금리 상승,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크게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콘퍼런스보드(연 3.1%), 골드만삭스(연 2.5%) 등의 예측에 비해 훨씬 낮다.
하지만 Fed는 금리를 계속 높일 기세다. Fed의 실질적 2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미국 금리가 여전히 매우 낮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이 미 경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언 셰퍼드슨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셰일 투자 감소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유가 하락으로 인한 소비자 혜택보다 더 커졌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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