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색결과 노출 순위를 부당하게 변경한 네이버(035420)를 대상으로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6일 밝혔다. 네이버 쇼핑에 265억원, 동영상에 2억원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즉각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낼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서 네이버 과징금 부과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
심상치 않다
공정위에 따르면 네이버는 쇼핑·동영상 분야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변경해 자사 상품·서비스(스마트스토어 상품, 네이버TV 등)는 검색결과 상단에 올리고 경쟁사는 하단으로 내리는 행위를 저질렀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심각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알고리즘을 임의로 변경해 자사에 유리하게 작동시켰다는 혐의는 쇼핑 및 TV는 물론 검색 엔진의 정체성을 가진 네이버의 기본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드루킹 사태로 네이버 플랫폼 공공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던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네이버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알고리즘을 임의로 운용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플랫폼 존속과 관련이 있는 심각한 사태다.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ICT 기업들도 이러한 알고리즘 임의 조작 논란으로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마저 비슷한 논란에 휘말리며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최근 공정위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압박을 끌어올리는 한편, 알고리즘에 대한 논란 자체가 커지는 것도 심상치 않다.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입법예고에 들어가며 1등 ICT 기업 네이버를 정조준한 가운데, 당분간 공정위 '발' 네이버 때리기가 계속될 소지가 충분하다.
최근 공정위는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에게 제공한 부동산 매물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 하도록 했다”며 시정 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허위 매물을 근절해 이용자에게 정확한 매물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탄생한 확인매물정보 노출에 있어 네이버가 경쟁사인 카카오의 접근을 막으며 논란이 확산되는 중이다. 이와 관련된 충돌이 거세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네이버를 향한 정부 압박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 네이버 쇼핑. 출처=갈무리 |
수상한 알고리즘 변경
공정위의 이번 과징금 처분은 이중적 지위(dual role)를 가진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변경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자사 우대’를 한 행위를 정조준하고 있다.
상황을 분절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다양한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상품 정보를 검색·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비교쇼핑서비스(쇼핑분야 전문검색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오픈마켓 서비스도 지원하는 이중적 지위 사업자다. 네이버는 2012년 오픈마켓 서비스인 샵N을 출시했으나 2014년 스토어팜으로 서비스 체계를 일부 전환하고 2018년 그 명칭을 스마트스토어로 변경해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네이버를 통해 스마트스토어는 물론 쿠팡 및 11번가 등 오픈마켓 상품도 동시에 노출하고 있다.
문제는 상품정보검색 노출 알고리즘이다.
네이버는 자사 서비스는 물론 다른 오픈마켓 상품을 모두 노출시키며 검색어와의 관련성(relevance)을 기준으로 삼아 다양성 함수를 적용해 노출도를 정한다. 쉽게 말해 알고리즘을 통해 자사 서비스 상품과 타사 오픈마켓 상품을 노출함에 있어 검색어와의 관련성과 기타 다양한 함수를 적용한다는 뜻이다.
논란은 각 상품 노출에 함수를 적용해 최종 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네이버가 자사 오픈마켓 상품이 우선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정·변경했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심지어 네이버는 알고리즘을 조정할 때마다 사전 시뮬레이션, 사후 점검 등을 통해 자사 오픈마켓 상품 노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관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는 것이 공정위의 주장이다. 이번 과징금의 배경이다.
공정위가 거론한 네이버 알고리즘의 임의 조정 사례는 다소 충격적이다. 2012년 4월 네이버가 자사 오픈마켓을 출시하며 경쟁 오픈마켓 상품에 대해 1 미만의 가중치를 부여해 노출순위를 인위적으로 낮췄으며, 2012년 7월 자사 오픈마켓 상품의 경우 아예 페이지당 일정 비율 이상 노출을 보장하는 방식(15%에서 20%)을 도입하기도 했다.
2013년 1월에는 자사 오픈마켓 상품에 적용되는 판매지수에 대해서만 추가적으로 가중치(1.5배)를 부여해 상대적으로 타사 제품의 노출 빈도를 하락시켰고 2013년 9월에는 동일몰 로직(동일한 쇼핑몰의 상품이 연달아 노출되는 경우 해당 쇼핑몰 상품 노출 순위를 하향조정)을 도입해 자사 오픈마켓 대비 경쟁 오픈마켓 상품에 대해 불리한 기준을 적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간편결제 솔루션인 네이버페이가 출시되던 2015년 6월,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담당 임원의 요청에 따라 네이버페이와 연동되는 자사 오픈마켓 상품 노출 제한 개수를 8개에서 10개로 늘렸으며, 이는 네이버페이 활성화를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네이버의 이러한 조치로 오픈마켓 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했으며, 이는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3호, 동 법 시행령 제5조 제3항 제4호에 따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중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방해행위라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또 불공정거래행위 중 차별취급행위 및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로도 볼 수 있다.
▲ 출처=네이버 |
네이버TV 성장의 이유?
공정위는 네이버 쇼핑에 이어 네이버 TV에 대한 과징금 2억원도 부과했다. 알고리즘 임의 변경으로 타사의 노출을 막았다는 주장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네이버는 자신의 동영상 검색서비스를 통해 네이버TV 등 자사의 동영상과 판도라TV·아프리카TV 등 경쟁사의 동영상들을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과정에서 검색 알고리즘을 임의로 변경해 자사에 유리한 '판'을 짰다.
실제로 2017년 4월 네이버는 콘텐츠 항목을 구성하는 속성정보의 종류를 대폭 늘리는 한편 로직도 크게 보강했으며, 알고리즘 개편으로 키워드가 콘텐츠 항목을 구성하는 여러 속성정보 중에서도 검색결과 상위 노출을 위한 핵심 요소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 연장선에서 검색에 의한 동영상 빈도수 상당부분을 네이버TV가 독식했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전면개편 사실조차 경쟁사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자사 동영상 부서에는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공유하고 테스트까지 했지만 경쟁사에게는 달라진 알고리즘에 대한 최소한의 단서만 제공했다는 비판이다. 그 결과 알고리즘 개편 후 2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주요 동영상 플랫폼의 키워드 인입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공정위의 주장이다. 심지어 2019년 8월 29일부터 자사 동영상 중 ‘네이버TV 테마관’에 입점한 동영상에는 직접적으로 가점까지 부여해 역시 자사 서비스 우대 정책만 노골적으로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네이버TV의 점유율은 비약적으로 올랐으나, 공정위는 이러한 조치 자체가 네이버의 불공정 행위라고 봤다. 공정거래행위 중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