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2.6원 내린 1,139.4원에 마감했다./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원화가치가 초강세를 이어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1130원 선에 안착했다.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 위안화 강세가 반영된 결과다.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공약한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을 밑돌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오전 10시54분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5원30전 내린 1133원70전에 거래됐다. 전날 환율은 2원60전 내린 1139원40전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4월 19일(1136원90전) 후 처음으로 1130원 선에 진입했다. 이틀 연속 낙폭을 키우면서 1130원 선이 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19일 1285원70전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8월 말부터 빠르게 낙폭을 키우며 내림세를 이어갔다. 원화가치 상승세는 세계 주요국 통화 가운데서도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부터 이달 13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3.5% 상승했다. 세계 13개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가치 상승폭이 컸다. 남아공 란드(2.8%) 멕시코 페소(2.5%) 중국 위안(1.6%) 일본 엔(0.5%) 등이 한국 원화의 뒤를 이었다. 영국 파운드(-3.3%), 유로(-1.8%) 등은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원화가치가 초강세를 이어간 것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벌이는 미국의 경기 부양책 협상이 막바지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반영됐다. 이날 양측은 합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낙관적"이라고 대답했다. 경기 부양책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관측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되면서 원화가치도 뛰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위안화 초강세가 이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위안화는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6.65위안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8년 7월 이후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만큼 두 나라 경제의 상관관계가 깊고 그만큼 환율도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인다.
11월 3일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원화와 위안화의 동반 초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바이든 후보는 임기 4년 동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조달러를 투자한다는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미국 재정적자가 늘어날 수 있고 그만큼 달러가치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원화와 위안화 가치는 뛴다. 바이든 후보가 평소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對)중 관세 정책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미·중 갈등이 완화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그만큼 중국 위안화 가치가 더 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원화가치에 긍정적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글로벌 제약업체인 화이자와 모더나는 최근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백신 긴급사용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1120원 선에서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도 있지만 미 대선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1120원 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백신이 등장할 경우 위험자산 선호도가 올라가면서 달러 약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달 미 대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되거나 코로나19 백신이 등장하면서 1100원 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열어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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