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리츠증권
메리츠금융그룹 3사(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5월 배당을 축소한다는 발표 이후 급락했던 주가를 모두 회복했다. 자사주 매입 소각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오른 데 이어 실적 호조가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29일 메리츠증권은 1.01% 오른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도 이날 각각 2.92%, 4.61% 상승 마감했다.
지난 5월 14일 메리츠금융그룹 3사는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으로 배당하고,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사실상 배당을 축소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인 투자자들은 실망 매물을 쏟아냈다. 공시 후 첫 거래일인 5월 17일 메리츠금융지주는 15.56%,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는 각각 13.83%, 16.78% 급락했다.
이후 메리츠금융그룹 3사의 주가는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날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 17일 종가 4205원 대비 18.91% 뛰었다. 같은 기간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도 각각 49.24%, 41.76% 급등했다.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는 코스피200에 포함되지 않아 공매도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현실화되며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24일 1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도 지난달 말 각각 500억원, 90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이들 자사주는 각각 1년 뒤 전량 소각될 예정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은 올해 총 20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했고 전량 소각할 예정”이라며 “여기에 순이익의 10% 배당 전망치(536억원)를 합한 주주환원율은 37.0%로 지난해 보통주 배당성향 35.8%와 유사하다”고 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주식 수가 줄어 각종 지표가 개선된다. 대표적으로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증가해 밸류에이션 상승을 꾀할 수 있다. 또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는 배당과 달리 자사주 소각은 높아진 지분율만큼의 주식을 팔아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실적이 개선된 점도 주가 상승에 힘을 더했다. 이날 메리츠증권은 올 2분기 매출 4조8789억원, 영업이익 239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1%, 영업이익은 8.1% 증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매리츠화재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4% 오른 1908억원으로 추정했다.
다만 주가가 추가 상승할지를 놓고선 전망이 엇갈린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통상 주가가 비쌀 때는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는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자신감이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 매입 소각이 주주 친화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프리미엄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리츠화재는 코스피200 종목이 아니어서 공매도가 없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춰졌다”면서도 “최근의 주가 상승률만큼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좋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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