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국내 소매 금융 사업을 단계적으로 청산하기로 한 가운데 부분 폐업은 금융당국의 인가 사안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단 폐업 과정에서 소비자 불편을 막기 위해 과정별 관리·감독을 위한 조치 명령이 내려졌다. 씨티은행이 당초 발표한 단계별 청산 과정에서 까다로운 인가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어졌지만 노조 반발 등으로 청산 작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씨티은행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조치 명령을 의결했다. 이 은행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여·수신과 카드 펀드 방카슈랑스 등 소비자금융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13년 HSBC 철수 이후 외국계 은행이 국내 시장에서 소매금융 청산 절차를 밟는 두 번째 사례다. 그러나 지점 형태로 영업해 온 HSBC와 달리 씨티은행은 은행법상 은행으로 등록돼 있어 부분 폐업 시 인가를 받아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노조는 부분 청산도 인가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당국이 이를 허가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당국은 법률 검토 결과 부분 폐업은 인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금융위는 “해산 또는 완전 폐업의 경우 인가 사항이지만 부분 폐업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인가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업 고객에 대해서만 영업하는 것을 ‘완전 폐업’으로 보는 것에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의 주요 자산 중 기업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69.6%(47조8000억원)에 달한다.
단, 청산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별도의 조치 명령권을 행사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49조 1항)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 및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은행 등에 필요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은 사실상 완전 폐업 시와 비슷한 수준의 관리 감독을 받게 될 전망이다. 예금자 등 이용자 보호, 신용 질서 유지 등 의무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폐업은 어려워진다. 구체적으로 △이용자 보호 기본원칙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방안 △영업채널 운영 계획 △개인정보 유출 등 방지 계획 △조직·인력·내부통제 등을 포함한 계획을 금융감독원장에게 제출해야 하고 금감원장은 이를 금융위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현행법 하에서는 영업 대상 축소를 인가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향후 법 개정을 통해 은행의 자산구성 또는 영업대상 변경 등을 인가 대상으로 할 필요가 없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노조는 이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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