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재계 25위(자산 기준)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중견그룹으로 몸집이 줄어든다. 건설회사인 금호산업과 운수업체인 금호고속, 레저업체인 금호리조트만 남는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6조2012억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매출(별도 기준 9조7329억원)의 63.7%를 차지한다.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1조3767억원과 4232억원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그룹에서 이탈하면 그룹의 매출 규모는 3조5000억원 수준으로 3분의 1토막이 난다. 아시아나IDT, 에어서울(저비용항공사) 등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재무제표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은 7조1834억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3.8%까지 올라간다.
아시아나항공이 떨어져 나가면 그룹 자산 규모도 급감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자산 규모는 6조9250억원이다. 그룹 총자산(11조4894억원)의 60%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이 빠지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4조5000억여원으로 재계 60위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재계 59위는 유진(5조3000억원), 60위는 한솔(5조1000억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라는 사명도 예전의 금호그룹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 취임 이후 대우건설(2006년), 대한통운(2008년)을 잇달아 인수하며 사세를 키웠다. 10위권을 맴돌던 재계 순위는 한때 7위로 뛰며 ‘10대 그룹’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 인수 과정에서 차입금 규모가 급격히 불어난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의 재무구조가 악화돼 2009년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박 전 회장은 산업은행에 경영권을 넘겼던 금호산업을 2015년에 되찾았다. 그룹을 재건하기 위해 2017년 금호타이어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포기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올해부터 새로운 역사를 시작해 나가자”고 독려했지만 끝내 그룹 재건의 꿈은 이루지 못하게 됐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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