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 7월4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원화는 변동성에 취약한 통화로 변모했다.
불과 작년만 하더라도 웬만한 대외 역풍에는 끄떡하지 않았던 원화는 올해 상반기 중 극심한 절하 압박을 받았다. 특히 심할 때는 작년 신흥국 금융 불안을 야기했던 터키와 아르헨티나 통화 절하와 비견할 만큼 그 폭은 깊고 속도는 가팔랐다.
이렇듯 올해 전반전을 혹독하게 마무리한 원화가 다소 안정 기대감 속에 후반전을 시작했는데 초반부터 분위기가 미묘하다.
▲ 반복 재생?
올해 들어 원화는 달러 대비 4.5% 절하해 아시아 주요 통화 중 절하폭이 가장 크다. 원화가 위안화 프락시 역할을 한다지만 위안화 가치는 사실 지난해 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원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시사 여파에 월간 3% 이상 큰 폭 절상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벌써 약 1.3% 절하해 다른 통화에 비해 절하폭이 크다. 위안화는 0.1%가량 절하 중이다.
이를 두고 달러 숏에 대한 오버슈팅, 그리고 이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간단한 해석도 있지만, 이전처럼 국내 경제 지표 부진을 동반한 원화 절하라는 측면은 간과할 수 없다.
특히 한국의 악화된 수출 사정을 알리는 지표가 연일 시장 심리를 강타하다 보니 시장은 다시 빠듯해진 달러 수급에 예민해지는 분위기다. 이에 원화는 본격적으로 약세 시동을 걸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반도체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수출은 상반기 중 전년보다 8.5% 급감했고, 무역수지 흑자는 상반기에 196억달러로 작년 상반기 311억달러보다 1/3 이상 줄었다.
한편 한국은행 국제수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직접투자와 증권투자를 합친 투자 유출은 10개월째 유입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급감하면서 전체적인 달러 수급은 여유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원화는 부정적인 대내외 재료에 민감한 구조가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절하 폭을 키울 때 시장 참가자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결국 '네고 부진'으로 수렴된다.
물론 환율은 현재의 펀더멘털을 잘 녹여야내야 한다. 적정 환율을 설정할 수는 없지만 단순하게 접근해 볼 때 현시점에서 원화가 혼자 강세로 내달리는 게 더욱 골치가 아플 수 있다.
다만 대내외 악재 재료에 원화가 유독 취약한 흐름을 보이는 경향은 단연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다. 지난 상반기 국내 외환시장은 이를 이미 경험했다. 외환당국의 진화가 주효했지만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없었다면 원화가 어떤 행보를 보였을지 단언하기 어렵다.
물론 국내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걱정하기는 이르다. 외환보유액, 단기 외채 비율 등 외환 건전성 지표는 여전히 탄탄하다. 지난 6월 정부가 15억달러 규모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한 결과는 이에 대한 방증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는 가운데 원화는 당분간 변동성에 취약해질 수 있다. 전반전처럼 걷잡을 수 없는 변동성 확대에 노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때때로 과격하게 보폭을 넓힐 원화 행보는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타이트해진 수급에 외환시장은 예민해지고 이에 원화는 더이상 차분한 통화가 아닌 대내외 모멘텀에 거칠게 움직이는 통화로 자리매김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원화의 후반전도 녹록지 않을 듯하다.
South Korea's won trend this year https://tmsnrt.rs/2YtLNyd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