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7월13일 (로이터) - 오래 전부터 보호무역주의 전략을 사용한다는 비난을 받으며 외국 기업이 영업하기 어려운 곳이었던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속에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승인해주는 등 개방의 아이콘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자신들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주장하고자 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외국 기업들의 사업체 설립을 쉽게 만들어주는 등의 행보는 사실상 과거에 차별적인 장벽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이번주 중국은 독일 바스프의 100억달러 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허가했는데, 중국 내에 합작 형태가 아닌 외국인 소유의 공장이 세워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테슬라가 전체 지분을 소유한 대규모 상하이 공장과 LG디스플레이의 OLED 공장 합작 프로젝트도 승인했다.
미국 정부의 2000억달러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에 리청강 중국 상무부 부장조리는 11일 미국 기업들에게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 부장조리는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한 비즈니스 포럼에서 "양국 간의 기업 협력을 지원한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개혁을 추진하고 기업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결의도 변하지 않을 것이며, 일방주의에 반대하고 다자주의를 지지한다는 입장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6년 대선 캠페인 당시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이 사용했던 문구를 차용해 "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있게 가자"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잽을 날리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투자건들은 리커창 총리가 이번주 독일을 방문한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다. 양국은 바스프 건을 포함, 총 200억유로 규모의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 관영언론은 이같은 협력을 미국과의 무역 분쟁 심화라는 맥락 속에서 해석했다.
글로벌타임즈는 11일 사설에서 "무역전쟁은 중국과 EU이 상호 협력을 소중히 여기게 만들 것이다. 협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 '약속 피로'
무역 분쟁 속에서 위협이 증가하면서 중국이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신호도 늘고있다. 중국 관리들은 관련이 없으며 자국의 속도에 맞게 개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용 증가 역시 중국내 외국계 제조업체들의 불만을 불러오고 있다.
최근 몇 주간 중국은 외국인 투자가 금지되는 부문을 축소했고, 은행, 보험, 증권, 자동차, 해운, 항공 등의 분야에서 외국인 지분 제한을 완화하거나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는 중국으로의 외국인 투자가 둔화되고 있고, 중국의 시장 장벽과 사업상 어려움에 대한 불만이 늘어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아직 외국계 회사가 관련된 대형 인수건을 최소 한 건은 보류하고 있다. 바로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계 NXP세미컨덕터 인수다. 이 건은 수 개월째 중국 반독점 규제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 볼모로 잡혀있는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수 년간 개혁 약속에 대한 추가 조치가 부족해 외국계 기업들 사이에서 '약속 피로(promise fatigue)'라고 불리는 것이 생겨났다.
재계 지도자들은 중국이 상호 시장 개방 부족을 해소할 의미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주요 무역상대국들 사이에서는 보복 심리가 생겨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미국과 같은 무역 강경파들은 다른 나라들이 중국에 비용을 부과하기 시작할 때까지 중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중국내 유럽연합상공회의소의 맷츠 하본 소장은 10일 중국이 경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전쟁"이라고 칭한 현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스브리핑에서 "상황이 지금과 같이 된 이유는 중국 지도부가 무역 커뮤니티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라고 말했다.
미국 재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인한 피해에 유감을 가지면서도 사적으로는 중국이 최근 개혁 가속화를 강조하는 것이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소식통은 로이터에 "관세가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인들은 대외적으로보다 대내적으로 자신감이 더 떨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시험을 당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서방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불공정한 무역관행에 대한 미국의 불만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한 관 주도의 산업 정책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의 중요성을 축소시키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 언론내 소식통들에 따르면 선전 당국은 또 무역전쟁에 대한 현지 언론들의 보도를 제한하는 이례적으로 엄격한 규정을 내놓았다. 규제없는 보도가 패닉을 불러오고 이미 불안한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
유럽 관리들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조치에 대항해 중국 편에 서주는 대가로 시장 접근권을 주겠다고 EU에 구애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비판에 수긍하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마땅찮은 유럽인들은 편들기를 대부분 꺼리고 있다는 것.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루이스 쿠이즈 아시아 경제 헤드는 "중국은 추가 개방을 약속함으로써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 탈출을 최소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원문기사 (신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