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 치코, 7월04일 (로이터) - 베네수엘라 카리브 해 주위에 위치한 리오 치코 석호 근처에서 어부 수십명이 한낮의 태양 아래서 하루 어획량을 팔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어부들은 대가로 현금을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어부들은 숭어와 도미를 밀가루와 쌀, 식용유와 교환하고 있다.
밀레이디 로베라 씨는 남편이 잡은 물고기가 든 냉장박스를 들고 걸으며 "여기서는 화폐 경제 대신 물물교환 경제만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물고기를 네 명의 아이를 위한 음식이나 아들의 간질약으로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초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며 만성적으로 부족한 식량과 의약품처럼 화폐 또한 찾기 어려워지자 베네수엘라에서 국민들은 점점 더 기본적인 거래를 위해 물물교환을 하고 있다.
가장 값싼 상품과 서비스를 지불하기 위해서도 거추장스러운 지폐 뭉치가 필요한 초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지폐 유통량은 충분하지 않다.
도시의 공식적 사업체들은 은행 송금과 직불 카드로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인구가 2만 명에 불과한 리오 치코와 같은 시골에서는 그런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 않다.
리오 치코에서 서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수도 카라카스에서도 많은 비공식 상인들은 은행 서비스나 지점을 이용할 수 없어 현물 지급을 선호하고 있다.
초인플레이션과 지폐 부족으로 부활한 물물교환 경제는 한때 부유했던 국가가 어떻게 거래의 가장 기본적인 메커니즘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론조사업체인 다타날리시스의 루이 빈센트 레온 이코노미스트는 "물물거래는 매우 원시적인 시스템이지만 충분한 지폐가 없는 국가 또한 매우 원시적"이라고 밝혔다.
◆ 초인플레이션
이코노미스트들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따라잡기에 충분한 속도로 지폐를 발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야당이 주도하고 있는 의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5월 인플레이션은 전년비 약 25,000%를 기록했다.
한때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였던 베네수엘라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 하에서 붕괴되어 인구의 3%에 달하는 약 백만 명이 이민을 결심하게 만들었다.
지난 5월 미국의 비난 속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재선된 마두로 대통령은 치솟는 소비자 물가와 만성적인 식량 및 의약품 부족을 야당과 미국이 이끄는 경제 전쟁 탓으로 돌리고 있다.
카라카스에 사는 오토바이 운전자인 34세의 훌리오 블랑코 씨는 현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고객들은 은행 송금을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라카스의 가난한 서쪽 끝에서 고객들을 기다리며 블랑코 씨는 "거래대금으로 음식을 선호한다"며 "살아남기 위해 음식 대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라카스의 빈민가인 라 베가에서 알프레도 실바 씨는 백만 볼리바르에 이발을 해주고 있다. 백만 볼리바르는 암시장 환율로 약 30센트 정도이다.
실바 씨는 화폐나 음식도 받고 있지만 가끔 고객들을 근처 정육점에 데려가 서비스와 비슷한 가치가 있는 것을 사달라고 부탁한다고 밝혔다.
어부들이 어획량을 들고 기다리는 리오 치코의 석호 근처에서 마빈 과라마토 씨는 베네수엘라의 전통음식인 아레파스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식용유, 파스타와 옥수수 가루를 실은 차를 몰고 도착했다.
어부들은 어획물을 식품과 교환하기 위해 서둘렀다. 어부들 중 한 명인 레이날도 아마스 씨는 가족들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교환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끔은 물물교환을 하지 못하고 5시간을 허비한 뒤 생선을 다시 집으로 가지고 가야 한다"고 아마스 씨는 밝혔다.
*원문기사 (장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