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5월28일 (로이터) -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유로에 회의적인 성향의 파올로 사보나(81세)의 재정경제장관 임명을 거부하자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연정 구성 노력이 실패로 끝났다.
포퓰리즘 연정 구성을 위해 애쓰고 있는 두 축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 대표들은 마타렐라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으며, 유럽 강대국들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며 비난했다.
지난 4월 치러진 선거에서 최다석을 확보한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의회에 마타렐라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면서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 위험을 높였다.
유로존 3대 경제국가인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 연정이 구성되면 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미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의 재정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최근 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빠져왔다.
이탈리아의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3배를 넘는다.
EU의 굳건한 신봉자이며 중도 좌파 민주당 집권 때 국가수반으로 선출된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런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서 사보나의 재정경제장관 지명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장관, 이탈리아 중앙은행 고위직 등을 역임한 경제학자로, 유럽연합(EU)과 유로화, EU의 주축인 독일에 적대적 시각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사보나를 경제 수장에 임명하면 시장과 주변국의 불안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어 왔다.
사보나는 최근 저서에서 유로존 탈퇴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플랜B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경제장관을 지낸바 있는 한 인사는 그에 대해 "죽도록 독일에 반대하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주세페 콘테 총리 지명자는 즉각적으로 연정 구성 노력을 포기했다.
콘테는 오성운동과 동맹의 합의로 총리 후보로 깜짝 천거돼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23일부터 내각 구성 작업을 해왔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가진 TV 연설에서 사보나를 제외한 추천 받은 모든 장관들의 임명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연정 구성이 여의치 않자 단기국채 수익률이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됐다.
이날 이탈리아 국채 2년물 수익률은 19.7bp 급등한 0.471%를 기록했다. 장중 0.666%까지 솟아 올라 수익률 상승폭이 거의 40bp에 달하기도 했다. 10년물 수익률은 5bp 오른 2.450%를 나타냈다. 장중 2.549%까지 올라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탈리아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독일~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215bp로 확대돼 4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 원문기사
(이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