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2월11일 (로이터)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의 의회 표결을 연기하겠다고 10일(현지시간) 의회에 밝혔다. 메이 총리가 의회 표결 완패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브렉시트 이슈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메이 총리의 의회 표결 연기 결정으로 시장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나타났다.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고, 또다른 국민투표가 진행될 수도 있게 됐다. 야당이 사임을 촉구하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메이 총리는 자신의 자리도 위협받을 수 있게 됐다.
메이 총리는 여전히 의원들에게 자신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우선 유럽연합(EU)에게 아일랜드 백스톱(backstop)과 관련한 더 큰 '확신'(reassurance)을 불어넣길 촉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이 총리를 비판하는 이들은 백스톱 때문에 영국은 EU를 떠난 이후에도 계속 EU 규정에 얽매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의회에서 메이 총리는 "우리가 내일 표결을 강행한다면 합의안은 상당한 득표차로 거부될 것"이라 말하면서도 자신은 합의안이 적절하다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따라서 우리는 내일 투표 일정을 연기하고, 이번에는 표결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은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로 다가올 경우, 브렉시트가 발효되는 내년 3월29일에 '컨틴전시 플랜'(긴급 대책)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메이 총리는 백스톱과 관련해 의원들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백스톱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간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하는 것)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다. 브렉시트 합의 내 딜레마의 핵심이기도 하다. 영국은 무역에 차질을 빚지 않는 조건 하에서 EU를 벗어나 자국만의 규정을 만들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스톱 조항이 시행된다면 영국은 EU 규정의 일부를 무기한 준수해야 한다. 영국과 EU가 아일랜드 국경 마찰을 방지하는 미래 관계 합의에 실패할 경우에 한해서다. 영국 내에서는 브렉시트 지지자와 반대자 모두 해당 시나리오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메이 총리는 의회가 브렉시트 관련 국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려는 것인지, 또다른 총투표의 진행을 원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발 물러서 상황을 보면, 의회가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바로 의회가 브렉시트 결정을 희망하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는 영국에 더 이상 '제기능을 하는 정부'가 없다며, 노동당 정부에게 '자리를 내주라'고 메이 총리에게 촉구했다.
메이 총리의 표결 연기 결정에 앞서,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영국 정부는 표결 연기 관련 절차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존 버코 영국 하원의장은 표결 연기 결정을 두고 의원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버코 의장은 "나는 공손하고 경의를 표하는 가운데 성숙한 환경에서 의회에도 결정권을 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정중히 제안한다. 감히 말하자면, 이는 누가 봐도 확실히 (정부가) 밟아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