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화요일, 미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습니다. 특히, 한국인 투자자가 애정하는 테크주가 모여있는 나스닥은 1.9%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올해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최근 붕괴되면서 10년물 국채 경매를 앞두고 국채 수익률이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채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커다란 원인은 공급 관리 연구소(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 ISM)의 서비스 지수였습니다. 화요일 발표된 12월의 ISM 서비스 지수는 54.1을 기록했으며, 50 이상의 수치는 전달에 비해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11월보다도 2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우존스 설문조사의 53.4 컨센서스 전망치 보다도 현저하게 높은 수치입니다.
문제는 전반적인 수치 개선과 함께 물가 지수도 6.2포인트, 즉 10% 이상 상승하면서 64.4로 올라갔다는 점입니다. 2024년 1월 이후 물가지수가 6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64.4의 물가지수는 2023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업친데 겹친격으로, 화요일에 발표된 11월 JOLTS 구인 건수는 예상외로 증가하면서, 결과적으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5월 이후 최고 수준인 4.69%에 근접했고, 30년 만기 국채는 1년여 만에 처음으로 4.91%를 넘어섰습니다.
주식 투자자에게 채권 수익률이 중요한 커다란 이유 중 하나는 주식 가치(밸류에이션)에 미치는 영향 때문입니다. 주식 밸류에이션을 평가할 때 사용되는 모델에서는 해당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기 위해 적용되는 할인율이 중요한데, 이 때 채권 수익률을 할인율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면 할인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기업의 미래 수익의 현재 가치가 감소하게 됩니다.
반대로 채권 수익률이 하락하면 밸류에이션 계산에 사용하는 할인율이 역시 떨어지므로 기업이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 수익의 현재가치가 높아져 주식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조금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으니,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내년에 주당 순이익이 주당 1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주은'이라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미주은이라는 기업의 미래 수익이 연간 주당 10달러로 무한정 일정하게 유지되고 할인율은 10년 만기 채권 수익율을 그대로 사용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시나리오 1: 채권 수익률이 낮은 경우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이 2%라고 가정하고 이를 바로 할인율로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 주식 가치 = 연간 수익 / 할인율
- 주식 가치 = $10 / 0.02 = 주당 $500
- 즉, 5백 달러를 안전 자산인 채권에 투자 했을 때 2% 수익률은 10달러의 이자를 제공하므로, 연간 10달러의 수익을 내는 기업 주식의 최대 가치는 5백 달러로 계산됩니다. 주가가 500달러를 넘어간다면, 안전 자산인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 시나리오 2: 채권 수익률이 높은 경우
이제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이 5%로 상승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새로운 계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식 가치 = $10 / 0.05 = 주당 $200
- 채권 수익률이 5%로 상승하면서, 이제 2백 달러만 채권에 투자해도 연간 이자로 받게 되는 금액이 10달이므로, 연간 10달러의 수익을 만드는 기업 주식의 최대 가치는 2백 달러로 떨어집니다.
이 단순화된 예에서 채권 수익률(할인율)이 2%에서 5%로 증가하면 미주은 주식의 이론적 가치는 주당 500달러에서 200달러로 감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채권에 투자하지 않는 주식 투자자라고 해도 채권 수익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효과는 특히 성장주 또는 대부분의 예상 수익이 먼 미래에 발생하는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예를들어 5년 이후에나 상업화가 가능한 상품을 개발하는 기업의 경우, 이 기업의 현재 투자 가치는 5년후 이 기업이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되는 어닝과 현금흐름에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현재 채권 수익률이 5% 정도의 높은 상황이라면 5년 이후의 현금흐름이나 어닝은 매년 5%씩 5년을 할인해서 현재 가치를 측정하므로, 채권 수익률이 1-2%로 낮은 상황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미국의 연준은 총 11차례나 금리를 인상하여 제로에 가까운 수준이었던 연방기금 금리를 5.25~5.50% 범위로 끌어올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 투자자가 사랑하는 테크주, 성장주의 주가가 대부분 폭락 추세를 보였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저는 하나의 메시지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연준은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를 선언한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2025년 기대되는 금리 인하는 총 4회에서 2회로 줄어들었지만, 이는 금리 인하 사이클의 속도가 조절 된 것이지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방향성이 전환 된 것이 아닙니다.
현재 시점에서 인플레이션 재 상승에 대한 우려는 말 그대로 '우려'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다시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는 '금리 인하'사이클이 유효하다라는 전제 하에 긍정적인 투자 마인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고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금리 인하의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금리 사이클의 방향성이 미국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것입니다.
또한,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가게 되면 관세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을 것이다"라는 예측은, 마찬가지로 '예측'에 불과 합니다.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바이든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던 트럼프가 다시 인플레이션을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들 가능성은 우려하는 만큼 높지 않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따라서, 우리 투자자 입장에서는 적어도 2026년 말까지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어진다는 전제 하에 (즉, 베어마켓은 없다는 전제 하에), 중간 중간 찾아오는 조정장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일 때면, 현금 비중 확보에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 2024년 미주은 포트폴리오의 연간 투자 수익률이 궁금하다면 아래 영상을 시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