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11월27일 (로이터) -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내년 재정적자 목표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낮춰 유럽연합(EU)의 징계조치를 피하려 할 수도 있다고 2명의 정부 소식통이 26일(현지시간) 말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시장은 랠리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EU 집행위원회의 성에 찰 만큼 재정적자 목표를 수정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현재 이탈리아 정부가 예산 초안을 통해 내세운 재정적자 목표는 GDP 대비 2.4%다. 전임정부가 설정했던 목표인 0.8%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지난주 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를 징계하기 위한 첫걸음을 뗀 바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예산안 수정을 거부해 갈등 수위를 높인 영향이다. 그 여파로 유로존 전체에는 경고음이 울렸고, 이탈리아가 벌금을 물게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탈리아 연정을 이끌고 있는 극우성향 정당 동맹과 반체제성향 정당 오성운동은 이날 예산안 논의를 위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회의에 들어가기 전 재정적자 목표 하향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이번 회의 결과에 따라 이탈리아와 EU간 갈등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그동안 이들의 갈등은 금융시장을 압박해왔고, 이탈리아 부채의 지속가능성 관련 불안감을 불러일으켜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의는 현지시간 오후 7시30분(우리시간 27일 오전 3시30분) 진행될 예정이다.
2개월 전 예산 초안을 공개하기 전까지, 동맹과 오성운동은 지출안 수정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반면 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에 일회성 요인 및 경기사이클에 따른 변동을 제외한 구조적 적자의 축소를 요청해왔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동맹 대표는 EU가 재정적자 목표 하향 계획 관련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해줬다고 이날 말했다.
이탈리아와 독일간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279bp(1bp=0.01%p)로, 1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탈리아 증시 FTSE MIB지수는 2% 넘는 상승폭을 나타냈다.
회의를 앞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연정 구성 정당이 단합된 상태지만, 여전히 지출 규모가 얼마나 줄어들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의회 소식통에 따르면, 기본소득 및 정년연장 계획의 도입시기를 2~3월이 아닌 4월로 늦추는 것이 한가지 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해당 안이 실행될 경우, 이탈리아는 수십억유로의 지출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동맹의 아르만도 시리 교통부 차관은 실업자들을 고용하고 훈련하는 기업들에게 기본소득 예산을 제공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조치가 시행될 경우, 국가의 실업사무소 및 훈련프로그램에 대한 지출을 절감할 수 있다.
오성운동의 스테파노 파투아넬리 상원 대표는 "오성운동은 기본소득 수령자를 고용하는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안을 협상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콘테 총리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회담 내용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입장을 누그러뜨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자국 국채 수익률의 상승이 기업들의 차입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민간 자산에 타격을 주고 금융섹터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난 23일 밝힌 바 있다.
페터 프라트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가 EU 규정을 위반하는 내년 예산안을 통해 지출 규모를 늘려 수혜를 받더라도, 차입비용 상승이 이를 상쇄해버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살비니 부총리는 재정적자 목표를 GDP 대비 2.4%로 유지하는 방안에 '아무도 집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오성운동 대표는 당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비롯한 조치들이 수정되지 않는 한, 재정적자 목표를 낮추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디 마이오 부총리는 "중요한 것은, 예산안 안에는 우리 당이 공약했던 안이 포함돼있다는 점이다"라며 "이 상태가 유지되는 가운데 협상에서 재정적자 목표 하향의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 우리에게 이(재정적자 목표 하향)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