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1일 (로이터) - 중국과 미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가 끝난 후에도 노골적인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29년 APEC 역사상 정상 성명서 채택이 무산된데 대해 서로를 겨냥하며 20일(현지시간) 비난전을 이어갔다.
중국이 연일 미국을 간접 지칭하며 '보호주의와 일방주의 변명 문구 탓'에 성명서가 무산됐다고 비난하자, 미국 백악관은 즉각 반박하며 이달 말 예정된 미중 정상의 무역협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은 채 "APEC의 한 개별 국가가 다른 국가들의 말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다른 나라들의 기본적 이익을 해치는 내용을 덧붙이려 했다"면서 "이는 자신들의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에 적법성의 외피를 입히려는 시도였다"고 말했다.
앞서 전일 오후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이(공동 성명이 나오지 못한 것)는 우연한 일이 아니다"면서 "개별 경제가 중국과 다른 나라들의 합리적인 문구 수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를 변명하는 문구를 넣기를 고집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연이은 공세에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21개국 중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20개국 모두가 최종적으로 넣은 언어(가 든 성명)에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불공정 행위'라는 문구를 본 중국이 자신들을 지칭한 것으로 보고 수용을 거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는 G20 회담때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만남에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백악관은 아세안(ASEAN)과 APEC을 G20의 준비 무대로 보고 있었다"면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리커창 중국 총리와 ASEAN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는 APEC에서 간략히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G20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희망적이 되고 싶지만, 이번 경험 후에 기대가 높다고는 말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외교행사에 자국 대표단을 이끌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도 APEC에서 간접적인 설전을 벌였다. 시 주석은 APEC 본회 연설에서 “미국의 일방주의가 세계무역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미국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그러자 펜스 부통령은 “중국이 수년 동안 미국을 이용해 먹고 있다”며 중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펜스 부통령은 외국 기업에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절도 등 중국의 잘못된 행위를 일일이 열거하며 날을 세웠다. 또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무역갈등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