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홍콩, 8월02일 (로이터) - 지난 7월 중 전세계적으로 제조업 생산이 부진해진 것으로 1일(현지시간)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분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글로벌 성장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지표다.
지난달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 활동은 견조하지만 정점은 이미 지난 것으로 평가됐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보호주의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성장에 제동을 걸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성장 둔화, 자신감 위축, 무역전쟁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중단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TD 시큐리티스의 리처드 켈리 글로벌 전략 대표는 "전반적으로 성장은 여전히 존재하며 리스크도 있지만 확장 추세다"며 "무역전쟁과 보호주의의 큰 그림은 그것이 돌연사가 아닌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켈리 대표는 "성장은 여전히 견조하고, 실업률은 낮으며, 인플레이션과 임금은 오르고 있다"며 "그것이 큰 그림이므로 중앙은행들은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중국과 미국은 서로 340억달러어치의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주고받았다. 이번 달에는 160억달러어치의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공방전이 예상된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부는 추가로 2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당초 계획했던 10%의 관세 수준보다 높아졌다. 총 5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위협은 아직 살아 있다.
중국 정부도 이에 상응하는 보복 관세 부과를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의 미국산 상품 수입은 아직 1300억달러어치 정도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중국과 유럽산 수입품 전량에 대해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시나리오에서는 글로벌 성장에 약 81bp(1bp=0.01%p)의 여파가 미친다. 미국의 성장률이 1%p, 중국의 성장률은 1.5%p 낮아진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부진한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2조6000억유로 규모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올해 말 끝낼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영란은행은 2일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일본은행은 대대적인 부양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가운데 시장에 대한 정책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수정을 가했다.
중국은 금융 시스템 리스크 줄이기 캠페인에 따른 고통을 완화하고자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춰 소규모 업체들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인프라스트럭처(기간산업) 지출도 늘려 무역 긴장의 여파를 완충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재정과 통화적 조치들이라도 그 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걸린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에반스-프리차드 중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는 이번 분기와 다음 분기에 둔화 경로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성장이 약간 냉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해서 연준이 올해 두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실행할 정도는 된다.
유럽의 7월 제조업 팽창 속도는 여전히 억제된 상태였다. 조만간 개선될 신호는 보이지 않았다. 아시아 전역의 제조업체들은 모멘텀을 잃었다는 증거를 제공했다.
IHS 마르키트의 7월 중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최종치는 55.1을 기록했다. 18개월 만에 최저치였던 6월 기록인 54.9를 약간 웃돌았다. 잠정치와는 변화가 없었다. 그래도 이는 여전히 위축과 확장을 가르는 기준인 50을 웃돈다.
한편 영국의 7월 중 산업생산은 모멘텀을 잃었다. 제조업체들은 약 2년 만에 가장 부진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영란은행이 2일 금리인상에 나서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전날 발표된 중국의 차이신/마르키트 제조업지수는 7월 중 50.8을 기록했다. 6월 기록인 51.0을 밑돌았다. 예상치와는 부합했다.
차이신/마르키트 제조업지수는 14개월 연속해서 기준선 50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하부지수인 신규 수출 주문지수가 48.4로 낮아진 점이 두드러진다.
HSBC의 아칸크샤 바트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신규 수출 주문지수의 하락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관세가 전망과 분위기 모두에 부담을 주고 있는 가운데 불확실한 수요 전망이 존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호주와 일본의 제조업 활동도 비슷하게 둔화한 모습을 나타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PMI는 하락했으며, 베트남과 대만에서 역시 둔화했다. 인도네시아만 약간 상승했다. 한국의 경우 수출 성장세가 둔화한 모습을 나타냈다.
인도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직전에 발표된 7월 중 인도의 산업생산 역시 둔화한 모습을 드러냈다.
수출입용 완제품의 대다수가 운송되는 컨테이너 해운시장 역시 비슷하게 암울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7월중 하펙스 컨테이너지수는 2011년 이후 최고치였던 전달에 비해 10% 하락했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