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한기진 기자 = “변양호 고문을 모셔오기까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삼고초려(三顧草廬)했다.”
신한금융이 사외이사진을 개편하면서 IB(투자은행) 전문가들을 대거 포진시킨 것은 놀랄만한 일이었다. 최근 합류한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특히 눈에 띈다. 금융권 한 인사는 “변 고문은 일찍이 스타 고위관료여서, 조 회장이 인연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라며 “IB를 키우기 위한 큰 노력”이라고 평했다.
최근 금융회사 사외이사진은 그 동안 교수, 법조인 일색에서 투자은행(IB), 글로벌, 정보기술(IT) 전문가들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비(非)은행 부문 강화와 글로벌, 디지털 경쟁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관련 전문가 영입이 활발해졌다는 분석이다.
변양호 사외이사는 재무부와 재정경제부 주요 요직에서 오랜 기간 공직을 수행한 엘리트 관료 출신이다. 공직 퇴임 이후엔 토종사모펀드인 VIG파트너스를 설립한 국내 최고의 IB전문가 중 한명이다. 이윤재 사외이사는 신한금융의 전략적 투자자인 사모펀드 IMM PE가 추천한 인물.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원에서 경제, 금융 분야 핵심 요직을 거쳤다.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기업전략과 지배구조 관련 컨설팅 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허용학 사외이사도 글로벌 IB 분야 전문가다. JP모건, HSBC 등 글로벌 금융기관에서 IB 분야 임원으로 장기간 재임했고, 특히 홍콩중앙은행에서 대체투자부문 최고투자책임자로 7년 여간 재직한 경력이 있다. 성재호 후보는 국제법 분야 학계 전문가다. 25년 이상 법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특히 국제법에서 전문성을 갖췄다. 신한금융에선 경영 전략의 핵심 축인 글로벌 진출 전략과 준법감시 분야에서의 자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한 신한금융 사외이사는 "그룹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볼 때 IB 부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글로벌 IB 사업이 향후 수익이나 성장에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성 있는 인사를 모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나은행은 신임 사외이사를 디지털 금융 시대에 맞는 인물들로 구성했다. 신규 선임된 후보는 김태영 전 필립스 아시아태평양 전략사업부문 대표와 이명섭 전 한화생명보험 경제연구원장으로 모두 IT, 전산분야 전문가다.
하나은행 임원추천위원회는 "김태영 후보자는 32년간 필립스에서 근무한 글로벌 경영 전문가이자 이공계열 전문가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은행업종 이사회에 깊이를 더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명섭 후보자는 경영정보시스템(MIS) 경영학 박사로 한화생명보험에서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로 활동하는 등 IT 부문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깊다"고 설명했다.
DGB금융도 신임 사외이사 후보 5명 중 IT 업계 전문가와 IB 전문가 2명을 포함시켰다. 이상엽 사외이사 후보자는 모토로라 인사총괄담당, 한국휴렛팩커드 인사총괄 담당 임원 등을 거치며 IT업계 인사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 김택동 후보자는 현대증권 자산운용 본부장, 한국벤처투자 펀드출자 심사위원 등을 지낸 자본시장 전문가다.
사외이사의 다양성은 오랫동안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 요구된 사항이었다. 이사회가 기업경영환경 변화에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고 경영진을 견제할 독립성을 갖출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서였다.
B금융그룹 사외이사는 “견제와 지원 두 역할을 잘하려면 특정분야 전문가로서 경영진이 경영을 잘하도록 전문지식을 활용해 도와줘야 하고, 다른 한편으론 올바르게 경영하도록 견제도 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올린 금융사 지배구조 개정안에 사외이사의 ‘자격 조건’을 명시한 것도, 전체적인 그림에서 다양한 전문성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다만 사외이사진에 다양성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지만, 근본적으로 사외이사제도가 개선되고 있는 시그널로 보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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