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부가가치가 워낙 큰 데다, 이를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영원히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감에 업체들 간 합종연횡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현대모비스 역시 미래 성장 동력을 담보하기 위해 관련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부품 매출의 7% 수준인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을 2021년까지 10% 정도로 확대할 방침이다. 같은 기간 자율주행 개발 인력도 600명에서 1000명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늘리기로 하는 등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종합 부품회사로서 요소 기술 개발부터 자율주행 기술 솔루션을 만드는 것까지 기술 전반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센서 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자동차의 자율주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외부 주행 환경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이 필요한 만큼 센서가 자율주행 시대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부품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자율주행 독자 센서를 2020년까지 모두 개발한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레이더, 카메라, 라이다 등 핵심 센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전문사 및 대학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독자 센서를 적용한 첨단운전자지원(ADAS) 기술 고도화 작업을 진행함과 동시에 이들 ADAS 기술을 융합한 자율주행 기술 솔루션 확보에도 신경 쓰고 있다. 방향지시등만 켜주면 차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는 레벨2 수준의 고속도로주행지원기술(HDA2)을 지난해 개발해 내년에 양산을 준비 중이다.
2020년까지 고속도로에서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2022년까지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미 기술 개발이 완료된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 역시 2020년께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는 운전자가 운전 불능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면 자동차가 알아서 안전 지역을 찾아 이동하는 DDREM 기술을 공개했다. 이는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단계에서 적용 가능한 첨단 안전 기술이다. 이에 더해 운전자의 주차 편의를 크게 제고시킬 수 있는 원격 전자동 주차시스템도 공개하고, 자동 발레주차 기술도 연내 확보할 예정이다. 원격 전자동 주차시스템은 운전자가 차량 외부에서 스마트키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주차하는 기술이다. 자동 발레주차는 이보다 한 단계 진화한 기술로, 목적지 입구에서 내리면 차가 알아서 주차 공간으로 이동하는 기술이다.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내재화해온 DAS 기술과 이들을 융합한 자율주행 솔루션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성능 검증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 전용 시험로를 갖춘 대규모 주행시험장을 구축해 자율주행 시험차를 전 세계 각국의 실제 도로에 내놓고 글로벌 테스트에 본격 나서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3000억원을 투자해 서울 여의도 면적 여섯 배 크기의 총 14개 시험로가 설치된 서산주행시험장을 짓고 지난해 6월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첨단 시험로에는 DAS, V2X 등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페이크 시티(fake city·도시 모사 시험로)’가 구현된다. 신호 및 회전교차로, 고속도로 톨게이트, 과속 방지턱, 버스 승강장 등 실제 도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주행 환경을 그대로 옮겨놔 현대모비스는 이곳에서 상시로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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