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출퇴근 시간 승차공유) 사업은 택시업계의 이익과 상충하지 않습니다. 함께 갈 수 있어요. 모빌리티(이동수단)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사회적 효용을 더 늘리는 방법이에요.”
카풀 도입 문제가 정치권의 논쟁으로까지 번진 가운데 최근 기자와 만난 카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39·사진)는 이같이 말했다. 카풀과 택시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 대표는 “예를 들어 평소에는 택시 수요가 5만 명 정도인데, 출퇴근 시간이나 ‘불금(불타는 금요일)’에는 10만 명으로 늘어난다”며 “나머지 5만 명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부족한 수요를 카풀 서비스가 대신 흡수하는 것이며 이는 이미 데이터로 증명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풀러스는 지난 6월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가 대표를 비롯해 구성원이 상당수 바뀌었다. 서 대표는 풀러스의 최대주주인 이재웅 쏘카 대표와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으로 지난 8월 풀러스에 합류했다. 게임회사 창업, 검색엔진 개발, 변리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지만 풀러스는 전혀 다른 업종에서의 도전이다.
지난 20일 시작한 ‘무상이동’ 이벤트는 풀러스 2기를 이끄는 서 대표의 야심찬 기획이다. 풀러스는 서비스 연결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인 2000원만 받고 카풀을 이용할 수 있는 ‘풀러스투게더 카풀나눔 이벤트’를 다음달 31일까지 한다. 출퇴근 목적, 직업유무, 운행시간, 횟수 제한 없이 카풀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의도다. “위험해 보인다” “카풀 서비스 회사만 좋은 것 아닌가” 같은 카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다. 서 대표는 실제로 카풀을 이용해보면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서 대표는 지난달 ‘주식 부여’라는 파격적인 약속을 내놓기도 했다. 풀러스는 지난달부터 ‘풀포인트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풀러스를 사용한 운전자에게 풀포인트를 주고 있다. 이 풀포인트는 앞으로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신주발행할 주식 10%와 교환될 예정이다. 그는 “카카오는 카풀 사업이 어그러져도 다른 사업이 있지만, 우리는 이것뿐이니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 대표는 택시업계의 반발, 정부 규제 등 악재가 많은데도 기꺼이 풀러스 대표를 맡았다. 모빌리티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쓰는 이동 비용, 차량 구매와 관리 비용이 연간 국내에서만 수십조원 규모에 달한다”며 “모빌리티산업에서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데카콘(기업 가치 10조원 이상 스타트업)’도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모빌리티산업의 데카콘이 등장하기 위해선 정부가 혼란을 수습하고 변화에 대처할 로드맵을 서둘러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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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와 카풀의 경쟁과 공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