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농협은행장은 “디지털화와 글로벌화로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농협은행 하면 디지털 1등 은행을 떠올릴 정도로 디지털 사업부문을 강화하겠다. 이를 위해 디지털부문은 분사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독립경영을 추진하겠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한국의 금융산업 얘기부터 꺼냈다. 중국이 금융산업 발전은 못했지만 QR코드 결제 분야에선 세계 대표주자가 된 반면 한국 금융산업은 아직 크게 주목받는 분야가 없어 아쉽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인 만큼 디지털 금융의 대표가 된다면 세계가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이 신성장동력
이 행장은 국내 은행이 ‘앉아서 이자수익만 올린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특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색을 입힐 대표 무기로 디지털 금융을 꼽았다.
이 행장은 “농협은행이 경쟁 은행에 비해 발빠른 투자로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앞서 있다”면서도 “앞으로 차이를 더 벌려 초격차를 내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생각한 것이 독립경영이다. “디지털 분야에서만큼은 의사결정이 신속한 구조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또 예산을 파격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다음달 말 서울 양재동에 ‘디지털 전진기지’ 격의 디지털혁신캠퍼스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곳에 농협은행 디지털사업부를 이전하고 외부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를 입주시켜 신기술 조사 및 신사업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기존 서울 서대문에서 운영하던 핀테크혁신센터에 비해 4배 이상 규모가 크다. 이 행장은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상생 체계를 구축해 다양한 디지털 사업을 시도해볼 것”이라며 “사내벤처도 시범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이와 함께 올해 디지털 전용상품을 내놓고 웹기반 디지털 가상점포인 ‘디지털 브랜치’를 선보일 계획이다.
“글로벌 공략 고삐 조인다”
이 행장이 생각하는 농협은행의 또 다른 성장 축은 글로벌화다. 농협은행의 해외 진출은 2013년 시작됐다. 다른 국내 은행들이 2000년대 초부터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한 데 비해 늦은 편이었다. 농협은행은 미국,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중국, 인도 등 6개국에 법인, 지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그는 “글로벌 사업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다른 은행의 해외 진출 및 사업 방식을 답습해선 안 된다”며 “농업 기반이 강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농협은행만의 강점인 농협금융 노하우를 발휘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은 신규 진출과 사업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행장은 “2~3년 뒤엔 두바이, 벨기에 브뤼셀, 남미에 진출하는 계획을 짜고 있다”며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에 신규 지점을 내면서 글로벌 사업 영토를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사업의 성공을 위해 ‘현지 전문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외국 시장은 철저한 준비 없이 뛰어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현지 속성과 관습을 촘촘히 알고 체계화하는 농협은행표 현지 전문가를 양성해 지속적으로 파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범농협 차원에서 농협의 농업 관련 생산 및 유통, 공급 등과 연계한 동반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농기계, 농식품 관련 금융 특화사업에 나서는 것도 주요 아이디어 중 하나다.
각 국가에 신뢰를 쌓는 차원에서 해외 현장경영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행장은 지난 1월 홍콩, 인도네시아, 미얀마 출장을 갔다 온 데 이어 오는 5월엔 미국 뉴욕에 다녀올 계획이다. 그는 “농협은행은 미국 뉴욕에서 2017년 자금세탁방지 등 준법 감시 시스템 미비로 1100만달러(약 124억원)의 과태료를 냈다”며 “되도록 자주 찾아가 직접 챙기면서 글로벌 사업에 힘을 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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