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동차 배터리로 쓰이는 2차전지 관련주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산업 보조금 축소, 유럽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 등도 호재로 거론되며 국내 2차전지주를 추천주로 꼽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 특히 올해 업황이 불확실한 화학·정유업종에 걸쳐 있는 대형 배터리셀 제조사보다 2차전지 생산에만 집중돼 있는 소재주의 실적이 더 많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2차전지 소재주 실적 전망 ‘맑음’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따라 2차전지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SNE리서치가 전망한 2030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100만 대다. 2017년 세계 판매량(110만 대)의 20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99기가와트시(GWh) 규모였던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도 2025년 1243GWh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산업 보조금을 매년 줄이고 있는 점도 국내 2차전지주에 호재라는 평가다. 중국 정부는 내년을 시한으로 매년 전기차 산업 보조금 규모를 줄여가고 있다. 대신 올해부터 완성차 업체가 신에너지차(전기차·수소전기차 등)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 생산토록 하는 ‘신에너지 크레딧’ 정책을 쓰기로 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줄면서 현지 전기차 배터리셀 업체와 소재업체들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며 “배터리 성능이 더 우수한 한국 업체에 기회”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올해 2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전기차 관련 핵심 기대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차전지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4대 요소 가 생산원가의 60%가량을 차지한다. 소재주는 실적 전망도 화학·정유업종 등에 걸쳐 있는 대형 배터리 제조사보다 밝은 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일진머티리얼즈(음극집전체 생산) 에코프로(양극소재) 등 소재주는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각각 56.0%, 53.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은 포스코켐텍을 2차전지 소재주 중 ‘최선호주(톱픽)’로 꼽고 있다. 포스코켐텍은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를 공급하는 국내 유일업체다. 작년 말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ESM과 합병을 결의하면서 양극재·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업체가 됐다. 삼성증권은 에코프로를 톱픽으로 제시했다.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이 다양한 양극재 제품 라인업을 보유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장 연구원은 “내년까지 에코프로의 영업이익이 연평균 93% 늘어나는 등 가장 두드러진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 시급”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2차전지 제조사들의 전망도 여전히 긍정적이다. 국내 제조업체는 최근 조(兆)단위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는 점이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중국 장쑤성 난징시에서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2023년까지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를 들여 연간 32기GWh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 4분기 2차전지 부문에서 처음으로 흑자전환도 기대되고 있다.
중국 산시성 시안에 중대형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삼성SDI도 제2공장 신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공장에선 전기차 3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11월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에 1조원가량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배터리 업체는 수익성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후발업체에는 내년 100GWh 생산이 예상되는 LG화학 등이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 관련 업체의 사업 전망이 ‘장밋빛’ 일색인 것은 아니다. 자동차 업체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2차전지 사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혼다가 소형 급속 충전 배터리 개발을 위해 협력 관계를 맺었다. 현재 주력 2차전지인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전지 개발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주대영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리튬이온전지는 5~10년 이내에 성능 향상, 용량 증대 등에서 한계에 도달한다”며 “초급속 충전 등이 가능한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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