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국내 카드사 중에선 삼성카드에 이어 두 번째 상장 시도다. 하지만 현대카드의 시도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따갑다. 어려운 업황 속에서 이뤄지는 기업공개(IPO)라서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서다.
8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국내외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간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 현대카드의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FI들의 자금 회수를 돕기 위해 상장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지분 9.99%)와 싱가포르투자청(9%), 칼라일그룹 계열의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5%)는 2017년 현대커머셜과 함께 GE캐피털이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을 사들였다. 어피너티PE를 비롯한 컨소시엄은 3766억원, 현대커머셜은 2981억원씩 지급했다.
통상 FI들의 투자 기간이 5년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2021년부터는 투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대카드 내부적으로도 이를 염두에 두고 IPO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업계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라면 상장을 통해 자본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어려운 업황 속에서 굳이 상장에 나설 필요는 없다"며 "현대카드가 FI에게 투자받은 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등떠밀려 상장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현대차가 최대주주로 지분 36.96%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커머셜과 기아차도 각각 24.54%, 11.4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현대카드가 성공적으로 상장되기 위해서는 카드산업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부정적 인식을 극복해야 하지만 카드업계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카드가 FI들의 출구 전략을 위해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3조원 이상의 가치가 형성돼야 할텐데 업황이 안 좋다보니 애매한 상황"이라며 "현재 카드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가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카드가 원하는 가격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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