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인기가 치솟던 2017년 가을, 초저가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무비패스’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월 9.95달러(약 1만2000원)만 내면 매일 영화 한 편을 극장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서비스였다. 미국 전체 영화관의 90%에 이르는 4000여 개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무비패스 회원으로 가입하면 영화 관람용 직불카드를 집으로 배송해준다. 무비패스 측이 영화관람비를 소비자 대신 내주는 구조였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가입자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 회사 측은 그러나 고민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용자가 영화를 많이 볼수록 무비패스는 손해를 보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2018년 1분기에만 9380만달러(약 1140억원)의 손실을 봤다.
무비패스는 결국 2018년 10월부터는 회원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매달 세 편으로 제한했고, 회사의 결정에 실망한 가입자들은 멤버십을 해지하기 시작했다. 현재 가입자는 20만 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무비패스 사례는 구독경제의 한계와 가격 전략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늘어나는 가입자를 고려하지 못한 무비패스의 경영 전략은 결국 현금 부족으로 처참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구독 서비스에선 법률 논란도 일고 있다. 맥주 구독 서비스를 내놨던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벨루가는 두 번이나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 회사는 2017년 4월 안주와 수제맥주를 함께 묶어 배송하는 맥주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업 당시 ‘음식과 함께’ 주류를 배송하는 것은 합법이었다. 그러나 주류 통신판매 관련 고시가 ‘음식과 함께’에서 ‘음식에 부수한 형태’로 변경되면서 벨루가는 서비스를 중단해야만 했다. 이후 2017년 11월 음식 비중을 높여 다시 맥주 정기배송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5월 국세청은 주류고시 위반 여부를 재조사하면서 “회원을 모집해 미리 결제를 받고 정기적으로 주류를 배송하거나 주류 위주로 마케팅을 하는 행위 등은 고시 위반”이라고 통보했다. 이후 벨루가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또다시 중단했다.
김현종 벨루가 공동창업자는 “국내 주류 배송 관련 법규가 명확하지 않아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그동안 법률자문 등을 통해 사업을 해왔지만 정부 정책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사업을 접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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