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한 달여 만에 ‘2100 고지’에 다시 올라섰다.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의 우려로 연초 불안이 증폭됐던 점을 감안하면 의외라는 평가다. 경기 둔화를 막으려는 각국 정부의 정책 관련 기대 등이 작용하면서 증시가 반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금야금 전진하는 증시
16일 코스피지수는 8.91포인트(0.43%) 상승한 2106.10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2100 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달 5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외국인투자자는 이날 99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6거래일 연속 ‘사자’를 이어갔다.
전날(현지시간) 영국 하원이 정부가 제출한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을 부결시켰는데도 세계 주요국 증시 상당수가 상승했다. 같은 날 미국 다우지수가 0.65% 오른 것을 비롯해 영국 FTSE100(0.58%), 프랑스 CAC40(0.49%), 독일 DAX30(0.33%)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2000선이 붕괴되는 등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지난 3일 1993.70으로 ‘바닥’을 찍은 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이날까지 5.63% 올랐다.
커지는 정책 기대
증시가 예상밖에 선전하는 가장 큰 요인으론 경기 둔화를 막으려는 각국의 정책 대응이 시작됐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에서는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4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차총회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이어 15일에는 Fed 내 대표적 ‘매파’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가 “금리 정상화를 잠시 멈추는 게 최근의 경제 성장 속도 둔화가 장기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전날 “경제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필요할 경우 강력한 정책수단을 사용하겠다”며 경기 활성화 의지를 나타냈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수석 글로벌에쿼티 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의 기업이익 증가폭이 줄긴 하겠지만, 전 세계 어떤 주요국도 경기 침체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게 골드만삭스의 견해”라고 했다.
기업실적 악화 우려가 약해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 요인 중 하나다. 글로벌 금융투자업계는 작년 하반기 격화된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작년 4분기 기업실적 추정치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미국(S&P500) 일본(닛케이225) 중국(상하이종합) 상장사의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수)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한 달 전과 비교해 각각 0.5%, 1.1%, 0.2% 감소했다. 그러나 1주일 전보다는 0.6%, 0.1%, 2.0% 증가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 부장은 “코스피가 2000선 근방으로 내려오거나 붕괴되면 어김없이 투자자가 몰려들면서 하방 경직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미니 랠리에 그칠 것”
그러나 아직은 “최근의 상승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증시 상승세를 상당 기간 끌고갈 모멘텀(계기)이 없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격 매력이 커진 신흥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만큼 작년 4분기 하락장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진 종목 중 실적 개선이 확실시되는 대형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기엔 상당 규모가 MSCI지수 등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를 통해 한국 ‘간판’ 종목으로 먼저 흘러들어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추정치가 10%를 넘는 종목 중 외국인 지분율이 3분기 말보다 많이 줄어든 곳은 호텔신라(-8.76%포인트) 한전KPS(-6.66%포인트) 삼성전기(-6.38%포인트) 한진칼(-5.18%포인트) F&F(-3.78%포인트) 등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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