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LG화학이 자사의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기술 유출과 관련해 의심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검찰에 고소했다. LG화학이 지난해 5월 경찰에 같은 내용으로 형소 고소한 일의 연장선에 있는 조치로,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사실관계 규명을 재촉하는 압박용 카드라는 말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산업 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과 부정 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해당 고소 건을 영업 비밀 유출·정보 통신 범죄 등을 전담하는 형사 제12부에 배당, 사건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LG화학 로고. 출처=LG화학 |
국내 배터리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꼽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국내외 무대를 막론하고 배터리 기술 유출 관련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배터리 전쟁'은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5명에 대해 영업 비밀 유출 혐의로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고, 지난해 1월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양사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건 2019년부터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 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했고, 5월에는 경찰에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도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 훼손으로 손배소를 제기해 맞받아쳤다.
상황은 LG화학 쪽으로 유리하게 기울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2월 미 ITC는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예비 결정을 내렸다. 이는 별론 등 절차를 생략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예고로, 통상적으로 ITC의 최종 결정이 이를 뒤집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고소건에 따라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도 강제 수사에 착수, 같은 해 9월 SK이노베이션 본사와 충남 서산 소재 연구소 및 공장을 압수 수색하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LG화학은 이번 검찰 고발을 바탕으로 강력한 압박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LG화학은 이번 고발의 배경에 대해 "(SK이노베이션에 배터리 기술 유출과 관련해) 사실 규명을 촉구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고소한 지 1년이 넘었으나 수사 진행이 지지부진해, 이에 대한 의견을 검찰에 제시하는 방법으로 고소 형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시장의 불안정성, 즉 공급 불안정에 대한 우려나 향후 고객사 유치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삼성과 LG, SK 총수들과 '배터리 회동'을 가지면서 'K-배터리 동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분위기다. 또 지난 14일 정부가 국가 프로젝트 차원의 '한국형 뉴딜' 종합 계획을 제시하면서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이 더욱 탄력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LG화학의 고발로 K-배터리 동맹은 시작부터 삐걱이게 됐다. 기술 유출이라는 민감한 이슈로 얽힌 데다, 기업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동맹을 기대하는 여론과 별개로 '끝까지 갈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