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매출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어서다. 중국 경기 하강으로 인한 ‘차이나 쇼크’는 애플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반도체와 자동차 기업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투자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2019회계연도 1분기(2018년 10~12월) 실적 전망치를 840억달러(약 94조8000억원)로 낮췄다. 작년 11월까지 890억∼930억달러로 제시했던 분기 매출을 두 달 만에 최대 9% 줄인 것이다. 그만큼 단기에 상황이 악화된 셈이다.
분기 매출 840억달러는 시장 예상치 평균(915억달러)보다 8.2% 적으며, 전년 동기(885억달러)에 비해 5.0% 줄어든 수치다. 9월 결산법인인 애플의 1분기(10~12월)는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되는 시기로, 통상적으로 가장 매출이 많은 시기다. 애플은 작년 9월 중순께 아이폰XS와 아이폰XS맥스를, 10월에는 아이폰XR을 출시했다.
쿡 CEO는 “중국 등 중화권에서 경제 둔화 수준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다”며 매출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중국 경기 하강을 지목했다. 그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의 아이폰 매출 감소는 우리가 낮춘 매출 예측치의 전부를 차지한다”며 “(중국) 경제가 작년 하반기부터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중 무역분쟁은 추가적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중화권은 아이폰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한다.
쿡 CEO는 이어 “다른 국가에서도 아이폰 새 모델 수요가 애초 기대보다 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1분기 아이폰 판매 대수가 당초 예상보다 최대 20%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또 1분기 총수익률을 38%로 전망했다. 이 수치도 기존 전망치 38.5%보다 낮다. 애플 주가는 발표 뒤 시간외 거래에서 최대 8% 급락했다. 애플 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약 30% 폭락해 시가총액 3400억달러 이상이 사라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경기 둔화가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대장주’ 애플의 실적 하향 조정은 뉴욕증시는 물론 세계 증시에 좋지 않은 징조라고 분석했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중 무역갈등으로 미국 대기업들이 어떤 역풍을 맞을지 보여주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의 실적 경고가 다른 정보기술(IT)주, 반도체주 등에 대한 실적 우려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미 자동차업체 다임러, BMW, 재규어랜드로버 등은 중국 경기 둔화의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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