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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50만대 수출 끊기고…르노삼성·한국GM 생산량 '반토막'

입력: 2018- 11- 30- 오전 02:28
현대·기아차 50만대 수출 끊기고…르노삼성·한국GM 생산량 '반토막'

‘트럼프발(發) 자동차 관세폭탄’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개적으로 으름장을 놓으면서다. 관세폭탄이 터지면 한국 자동차업계는 ‘쑥대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의 국내 생산량은 반토막 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연간 50만 대 이상인 현대·기아자동차의 미국 수출길도 사실상 막혀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말라죽기 직전인 부품사들도 곧바로 직격탄을 맞고 무너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연간 85만 대 수출길 막혀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가 현실이 되면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는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이 한국 자동차업계의 가장 큰 수출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는 연간 85만 대(약 15조5500억원어치)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이 수출한 자동차 253만194대의 약 33%를 차지한다.

관세폭탄이 터지면 르노삼성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게 업계 예상이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아서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선 올 들어 지난달까지 18만2624대를 생산해 11만9367대를 해외에 팔았다. 이 중 미국 수출 물량이 9만934대였다. 회사 전체 수출의 76.1%다.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에 가깝다. 르노삼성이 미국에 수출하는 차종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다. 일본 닛산으로부터 2014년 생산을 위탁받아 내년 8월까지 생산하는 차량이다.

‘철수설(說)’이 끊이지 않는 한국GM도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미국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 물량의 44.5%에 달할 만큼 높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부평·창원공장 등에서 37만1380대를 생산해 30만7278대를 해외에 팔았다. 이 가운데 미국 수출 물량만 13만6671대다. 업계에선 한국GM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군산공장에 이어 추가적인 공장 폐쇄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대규모 구조조정 방침과 맞물리면서 위기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 감소를 막기 위해 GM을 압박하면 GM이 북미지역 대신 한국 등 해외 공장부터 구조조정 대상에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에선 GM이 창원공장을 폐쇄하거나 부평 1·2공장을 합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車산업 공동화 우려”

국내 완성차업계의 ‘맏형’인 현대차와 기아차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두 회사의 올해 미국 수출 물량(1~10월)은 각각 24만5199대, 17만5491대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4%, 24.0%에 이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틈날 때마다 미국 측 고위인사들과 면담하고 관세폭탄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다.

벼랑 끝에 몰린 부품사들의 경영난도 더 심각해질 공산이 크다. 완성차 업체에 대는 납품 물량이 줄어 공장 가동률이 더 떨어지면 자금난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산업의 뿌리 역할을 하는 부품사들이 흔들리면 부산(르노삼성) 울산(현대차) 광주(기아차) 인천·창원(한국GM) 등의 지역경제 기반까지 휘청거릴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의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 완성차 및 부품 업체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국내 생산을 줄이고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내 자동차산업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와 8800여 곳에 달하는 협력업체가 직접 고용한 인력은 35만5000명 규모다. 판매 및 물류, 서비스 등 간접고용 인력까지 더하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용인력은 17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양국 경제협력 시스템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창민/박종관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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