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2017년 4월 롯데월드타워가 정식으로 문을 여는 것을 기념해 대규모 불꽃놀이(사진)를 선보였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대통령 탄핵 등으로 어수선한 때였다. “행사를 취소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신동빈 롯데 회장은 “힘든 상황일수록 미래의 희망을 얘기해야 한다. 롯데가 기여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며 밀어붙였다. 불꽃쇼는 큰 호응을 얻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555m)에서 터지는 불꽃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40만 명의 시민이 잠실로 몰려들었다.
“불꽃쇼 다시 해달라” 요청 이어져
롯데월드타워 불꽃쇼가 2년여 만에 부활한다. 타워를 운영하는 롯데물산은 오는 4일 오후 8시30분부터 대규모 불꽃놀이를 하기로 했다. 행사비용만 60억원을 들이기로 했다. 2년 전보다 행사 규모를 키우고 더 화려하게 준비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불꽃은 11분간 서울 하늘을 밝힌다. ‘새로운 꿈의 시작’ ‘함께 펼치는 미래’ ‘아리랑, 모두를 위한 기도’ 등 세 가지 테마로 쇼를 구성했다. 회사 측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고, 대한민국이 하나 돼 새로운 미래로 함께 가자는 동행(同行)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불꽃쇼가 열리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롯데물산은 화재 위험과 민원 제기, 영업장 일부 폐쇄에 따른 손실 등을 이유로 그동안 불꽃쇼를 하지 않았다. 2017년 말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 때 작게 한 차례 했을 뿐이다.
어느 날부터 서울 방이동 시장 상인과 석촌호수 인근 ‘송리단길’ 카페 사장들이 롯데물산 직원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때 롯데 같은 대기업이 상권 활성화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롯데월드타워 페이스북 공식 계정 등에도 불꽃쇼를 다시 보고 싶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사무실로 직접 전화하는 사람도 있었다.
안전 매뉴얼만 400쪽 달해
롯데는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안전에 가장 신경썼다. ‘타워형 불꽃쇼’는 일반 불꽃놀이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 터진 불꽃이 건물에 닿지 않는지, 한꺼번에 얼마나 많이 터뜨릴 수 있는지 등을 시험해야 했다. 불꽃이 화려하면 안전성이 떨어지고, 안전하면 시시해졌다. 그 중간에서 최적의 방법을 찾아냈다. 이렇게 하나하나 만든 매뉴얼이 400쪽을 넘었다.
행사 당일 롯데는 오후 5시부터 건물 주변 80m 이내를 완전히 비운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전체를 접근 및 통행이 불가한 구역으로 정했다. 인근 석촌호수 일대에는 안전펜스 4300여 개를 설치한다. 안전관리 인원도 1500여 명을 배치한다.
친환경 불꽃쇼도 새로운 콘셉트다. 기존 불꽃 제품 대비 연기가 30% 적은 것만 쓴다. 영국 템스강, 프랑스 에펠탑 불꽃놀이 때 활용하는 제품이다. 소리는 줄였다. 200m 떨어진 거리 기준 54데시벨(dB) 이하다. 화약과 발사포가 한 번에 뿜어져 나오는 ‘장치 불꽃’ 형태여서 낙진, 먼지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호응 좋으면 정례화 검토”
롯데는 불꽃놀이를 정례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할리파’, 대만 타이베이 ‘101빌딩’에서 하는 불꽃쇼처럼 상징적인 행사로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광영 롯데물산 대표는 “롯데월드타워 불꽃쇼도 세계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관광 자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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