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최유리 김진호 기자 = #. "1200원대를 고점으로 보고 좀 팔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달러를 더 처분할 지, 추가 매수할 지 고민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결렬 징후가 감지된 지난 8일 오전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세미나엔 꽤 많은 사람들이 왔다. BNK부산은행은 당일 이 곳에서 부산 녹산공단 중소기업 재무 및 외환담당자들을 대상으로 ‘2분기 환율전망 및 실전 환헷지 전략소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전승지 삼성선물 애널리스트가 ‘최근 환율급등의 배경과 향후 전망’을 소개하자, 한 참가자는 "원/달러 환율 1110원대에서 달러를 보유하다 최근 1160~1170원까지 오르면서 달러 무역대금 결제를 서둘렀다"며 달러 향방에 대해 궁금해 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달러화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 잔액이 원/달러 환율이 하락추세이던 지난 2월까지 대폭 늘다가 최근 들어 급감했다. 시장 예상과는 달리 달러 값이 강세(원화 값 약세)로 돌아서자, 지금이 고점이라고 판단, “달러 값이 비쌀 때, 무역대금 결제하자”, “차익 실현하자”는 심리가 확산됐다.
반면 달러 정기예금으로는 슬금슬금 자금이 몰린다. 5월 들어 환율 급등세가 심화되자, 연말까지 달러 값이 더 오를 것이란 분위기 속에 달러예금을 들어두는 투자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신한은행·국민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 5개 주요은행의 달러화 수시입출금 잔액은 지난해 달러/원 환율이 1100원대를 유지하던 6월말 239억달러에서 올해 2월 247억달러로 8개월새 8억달러 가량 늘었다.
하지만 환율이 2월 1118원을 저점으로 3, 4월 1160원대로 치솟자, 수이입출금 잔액은 3월말 216억달러, 4월말 201억달러로 급감추세를 보였다.
달러화 수시입출금 계좌는 주로 기업들의 무역대금이나 외화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언제든 꺼내서 사용할 수 있는 달러 보통예금 통장이다. 이에 계좌 잔고가 환율변화에 매우 기민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3, 4월 잔고가 감소한 이유는 원화 값이 갑자기 하락(달러 값 상승)하자 미리 달러를 보유하던 예금자들이 ‘달러화->원화’로 차익 실현하고 달러화 무역대금을 서둘러 결제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주로 개인투자자들이 장기로 외화자산을 운용하는 달러화 정기예금 잔액의 경우 지난해 6월말 110억달러, 올 2월말 136억달러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 3월말 126억달러, 4월말 128억달러로 다시 감소했다.
다만 이 같은 기류는 최근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고 1180원까지 오른 5월 초부터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달러화가 지금이 고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더 강세(원화 값 하락)를 예상하고 달러화를 보유하고 투자하려는 심리가 생긴 것. 지난 8일 기준 수시입출금 예금잔액은 210억달러, 달러 정기예금은 129억달러로 4월말 대비 각각 9억달러, 1억달러 늘었다.
환율 전문가들과 은행 PB(프라이빗 뱅커)들은 원화 값이 단기 급락한 것으로 판단, 1200원대를 고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지금보다 안정화되면 달러 분할 매수할 것으로 권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고위급 타결에는 실패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다음 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최종 담판’을 지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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