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훈 디트론 대표가 배뇨감지기 ‘파루스’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김기만 기자
요양병원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를 위한 간병인이 상주한다. 2시간마다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환자의 몸을 움직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간병인에게 치매 환자는 좀 더 까다롭다.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데다 배뇨 상태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데 환자들은 이를 수치스러워한다. 안성훈 디트론 대표는 2015년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를 모시면서 간병인의 고충을 알게 됐다. 2시간마다 기저귀를 확인하는 일은 고역이었다. 한밤중에 기저귀를 갈 때 주변에 있는 환자들이 잠에서 깨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안 대표는 옷을 입은 상태에서 배뇨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면 간병인과 환자 모두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환자는 바지를 자주 내려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간병인은 환자 관리가 수월해지는 배뇨감지기 ‘파루스’를 개발하게 된 배경이다.
마지막 존엄을 위한 제품
안 대표는 “파루스는 환자의 바지를 내려 확인해야 하는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통으로 노년의 ‘마지막 존엄’을 지켜주고 싶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환자의 괴로움을 줄여줄 수 있다는 의미다. 파루스라는 이름에도 ‘새벽에 알리는 종’이라는 뜻이 담겼다. 파루는 조선 시대에 통행금지를 해제하기 위해 종각의 종을 서른세 번 치던 것을 말한다.
파루스는 옷을 입은 상태에서 기저귀의 젖은 부위를 색상으로 보여준다. 간병인은 센서면 전체를 옷 위에 밀착시킨 뒤 버튼을 누르면 환자의 배뇨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빨간 불빛이 표시되는 곳은 젖은 부위를 의미하고, 젖지 않은 부위는 녹색 불빛이 표시된다. 젖은 면적의 크기를 기준으로 기저귀 교체 시기를 판단하면 된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안 대표는 “소리나 진동으로 배뇨 상태를 확인하면 야간에 주변 환자를 깨울 수 있다”며 “의도적으로 작은 불빛으로만 배뇨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보다 일본에 먼저 수출
파루스는 국내에서 판매되기 전에 일본에 먼저 수출됐다. 실버산업이 발달한 일본에서 1000대 이상을 사갔다. 한국 간병인이 일본에 있는 요양 시설을 방문했다가 파루스를 발견하고 안 대표에게 문의하는 일도 있었다. 중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에도 수출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안 대표는 개발 과정에서 세계로 수출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전자파 문제부터 해결했다. 옷에 붙이는 센서 등에서 환자에게 해로운 전자파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 제품은 센서를 기저귀 안에 넣어 소변을 감지하고 전자파 신호를 이용해 다른 단말기에 전달하는 방식이 많았다.
파루스는 충전 방식이 아니라 AAA건전지 2개로 작동한다. 안 대표는 “미세한 전기장으로 액체 유무를 파악하는 제품이라 적은 전력으로 작동이 가능하다”며 “건전지 한 번 교체로 1년6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품 가격은 7만9000원이다.
그는 “은퇴를 준비하던 중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돈이 아니라 사명감 때문이었다”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통을 줄이고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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