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2008년 금융위기를 일으켰던 이른바 합성 CDO(부채담보부증권)이 월가에서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11년 전 모기지 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했던 합성 CDO가 이번에는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재탄생, 이른바 서브프라임 사태를 촉발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블룸버그] |
이와 별도로 이른바 맞춤형 합성 증권의 신규 발행이 연초 이후 500억~8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합성 CDO는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나 대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일반적인 CDO와 달리 채권 가격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을 접목 시킨 상품이다.
월가의 리스크 관리 전문가와 금융공학자들이 위험 분산 효과에 중점을 두고 개발한 합성증권은 실상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경험을 통해 금융시장 혼란 시 손실 위험이 오히려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헤지펀드를 포함한 월가의 큰 손들이 여전히 이들 증권에 적극 베팅하는 것은 회사채 시장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사이클 중단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비둘기파 행보가 고위험 합성 CDO 거래를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글로벌 우량채 평균 금리가 2% 선에 머무는 한편 이른바 ‘서브 제로’ 채권 규모가 수 조 달러에 이르는 상황에 10%에 달하는 합성 증권의 수익률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라는 것이 월가 트레이더들의 얘기다.
시장 외형이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투자은행(IB) 업계는 전담 팀을 꾸리는 등 고객몰이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합성 CDO 거래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헤지펀드다. 이들의 비중은 70%에 달하고, 그 밖에 씨티그룹과 BNP 파리바, 소시에테 제네랄, 바클레이즈 등 은행권 역시 상품 개발과 매매에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은행권은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일으켰던 합성 증권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씨티그룹은 공식 성명을 내고 이번에 개발한 합성 CDO의 경우 보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자본 배분으로 손실 위험을 크게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불안하다는 표정이다. 과거 위기 이전 경고에도 금융권은 합성 증권의 안전성을 자신했지만 실상 재앙의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이다.
금융 자문사 베터 마켓의 데니스 켈러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금융 전문가를 자처하며 10여년 전 패닉을 일으켰던 장본인들이 당시와 같은 고위험 거래로 금융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