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베네수엘라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산모가 휴대폰 불빛에 의존해 분만하는 장면의 인터넷 동영상이 세간에 화제다.
7~8일(현지시각) 이틀 사이 23개 주 가운데 19개 주로 확산된 정전 사태에 베네수엘라는 말 그대로 생지옥이다.
암흑의 카라카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학교와 관공서도 문을 닫았고, 차량 통행이 여의치 않아 캄캄한 고속도로를 걸어 이동하는 장면이 진풍경을 이루고 있다. 하늘길도 마찬가지. 항공편 운행은 마비된 상태고,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포함해 해외 항공사들까지 타격을 맞았다.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의료 장비 가동이 멈추면서 환자들은 수술대에 누워보지도 못한 채 사경을 헤매고 있고, 생명 연장 장치가 꺼지면서 여기에 의존하고 있던 환자들의 생명도 꺼지고 있다.
한 의사는 8일(현지시가)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아침에 병원에 나올 때마다 밤사이 몇 명의 환자들이 숨졌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며 “온 나라가 정지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이미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베네수엘라 경제의 심각한 현실을 드러내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극심한 정국 혼란과 미국 및 EU의 제재로 인한 충격이 국민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다.
베네수엘라 국민들 사이에 ‘못 살겠다’는 비명이 터져 나온 것은 오래고, 올해 연말까지 살인적인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탈출하는 인구가 5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온 나라가 패닉에 빠진 가운데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은 멈추지 않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미국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일으킨 전력 전쟁은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단합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은 다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의 재앙은 마두로 정권의 정책 실패”라며 “그의 정책은 암흑을 초래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정전 사태는 베네수엘라 남동부 볼리바르 주의 구리댐에서 발생한 우파 극단주의자들의 시설 파괴로 인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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