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피 말리는 개표 접전 끝에 마침표를 찍었다. 승리의 여신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을 선언했지만 금융시장은 바이든 시대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경기부양 기대감을 반영하며 증시와 원화 가치가 강세를 나타내고 채권 금리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불확실성 제거…11월 증시를 주목하라"
9일 코스피지수는 1%대 상승세를 보이며 2450선에서 거래 중이다. 지수는 장중 2459.15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직전 연중 최고점은 2443.58(9월15일)이었다.
증시가 상승하는 이유는 조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를 확정지으면서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밀어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가 증시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 의사를 보였지만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낮게 봤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감소하며 증시가 리스크 온(risk on) 국면에 진입했다고 전망했다. 문 연구원은 "미국 상원을 공화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이는 대형기술주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주가를 억눌렀던 반독점 규제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미국 상원을 공화당이 지배하는 경우가 부정적인 요인은 아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은 '대통령 민주당·상하원 분리'가 주식 수익률이 가장 좋은 조합이었다"며 "불확실성에 눌려있던 증시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그간 반영하지 못했던 펀더멘털 개선이 뒷받침되는 만큼 이달 증시에서 기회를 찾아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책 합의 여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불안 요소라고 봤다. 현재 미국은 신규 확진자 수가 12만명까지 급등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재시행 및 경제봉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 연구원은 "미국이 유럽의 사례처럼 경제봉쇄가 이루어진다면 증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가 증시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이든 수혜주 강세…친환경 에너지주 유망
증시에 훈풍이 불면서 바이든 후보 당선에 따른 수혜주 찾기 움직임도 활발하다. 바이든 후보는 향후 4년간 청정에너지·인프라에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와 더불어 7000억 달러 중 3000억 달러를 인공지능(AI), 5G, 통신 플랫폼, 전기차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바이든이 '친환경'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증시에서도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주(株), 2차전지주 등이 유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바마 케어’ 부활 기대감이 퍼지는 제약·바이오주도 들썩이고 있다.
이날 증시에선 태양광 관련주인 KC코트렐이 이틀째 급등 중이며 풍력에너지 관련주인 씨에스윈드와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 제이씨케미칼은 13% 넘게 오르고 있다. 2차전지주인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는 각각 10%대, 7% 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이라는 큰 이벤트가 끝난 상황에서 뚜렷한 성장에 대한 기대나 확실한 정책적 지원이 예상되는 업종, 종목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 수급 관점에서 대형주, LG화학 (KS:051910) 등 악재를 충분히 소화한 성장주, 친환경 정책 관련주 등이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달러 약세·위안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 불가피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하락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당선 소식과 함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서다.
아울러 중국 경제 회복과 바이든 당선에 따른 미중 갈등 완화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 강세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12.7원까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110원대로 내려온 것은 종가 기준 지난해 2월1일(1118.8원) 이후 21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부터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첫 거래일인 5일 1163.4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1135.1원까지 내려가면서 한 달 만에 약 30원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는 15원 가량 추가로 더 내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께 원·달러 환율은 1080~1090원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하락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반영, 약달러 압력이 지속되겠지만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하락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하락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10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유럽 채권금리 상승 흐름…시장금리 올릴 것"
미국의 재정 확대 정책은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해 미국 국채금리·시장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은 대선 후보 공약을 통해 2024년까지 3조9000억달러(약 4370조원)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겠다고 밝혔다. 증세를 통한 세수 증가분이 1조4000억원(약 1570조원)에 그치는 만큼 나머지 2조5000억달러는 국채 발행으로 충당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KB경영연구소는 "미국의 대규모 국채 발행은 우리나라 국채 물량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 국채금리와 상관관계가 높은 우리나라 국채금리도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국채금리는 다른 채권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결국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채 등을 기준으로 하는 은행의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도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채권의 금리가 이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신흥국 채권금리도 강세를 보이면서 시장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 기대와 이로 인한 물량 부담, 금리 상승 리스크가 공존한다"며 "연말까지 금리 상승이 제한될 수 있지만 내년부터 금리 상승 가능성이 있으니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채선희/윤진우/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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