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전남 목포 대불국가산업단지의 해상 부표 생산 업체 수정수지. 공장에 들어서니 성형기들이 ‘우당탕’하며 따끈따끈한 흰색 부표를 연신 쏟아냈다. 뻥튀기 기계에서 뻥튀기가 튀어나오는 것과 비슷했다.
겉모습은 일반 스티로폼 부표와 비슷했지만 직접 만져보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티로폼보다 탄성이 좋고 잘 부서지지 않았다. 박승찬 수정수지 대표는 “소재를 기존에 썼던 발포폴리스티렌(EPS)에서 발포폴리프로필렌(EPP)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 차이는 해양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EPS를 소재로 한 스티로폼 부표는 작은 충격에도 잘 부서진다. 해안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하얀 스티로폼 덩어리 대부분이 부표 잔해다. 국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EPP 소재는 이런 부서짐이 거의 없다. 재활용할 수도 있다.
수정수지는 친환경 부표를 올 들어 처음 생산했다. 9월까지 7만 개가량 팔았다. 작년 한 해 월평균 1만 개씩 스티로폼 부표를 팔았으니, 판매량에 큰 차이는 없다. 박 대표는 “첫해인데 이 정도면 대박”이라고 말했다.
그는 20여 년간 부표 사업을 했다. 목포 앞바다의 김, 전복 양식장 등에서 사용되는 부표의 약 80%가 이 회사 제품이다. 그는 4~5년 전부터 소재를 바꿔볼까 했지만 엄두가 안 났다. 생각이 바뀐 것은 롯데케미칼에서 친환경 부표 개발사업을 주도한 임승환 수석연구원을 만난 지난해부터다.
임 연구원은 수정수지의 성형기가 EPS·EPP 겸용이란 것을 알고 박 대표를 설득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친환경 부표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양식장 어민들이 좋아하면 해보겠다”고 했다. 어민들은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로프로 꽉 조여서 쓸 때 파손 우려가 있고, 가격이 기존 제품보다 세 배가량 비싸다는 것이었다. 롯데케미칼이 나서 문제를 해결했다. 로프로 조여도 파손이 안 되게 물성을 보완했다. 가격은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아 해결했다. 인증 제품은 정부에서 가격의 70%를 보전해준다.
국내 어업용 부표는 약 5200만 개. 이 가운데 90%가량이 스티로폼 부표로 추산된다. 롯데케미칼은 친환경 부표 외에도 환경을 보호하고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사례를 적극 늘려 가기로 했다.
목포=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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