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12일 역외탈세에 ‘엄단’ 의지를 밝힌 것은 해외로 자금을 은닉하는 행위가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어서다. 해외 탈세 행위는 종전까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VI) 등 조세회피처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최근 들어 정상적인 조세 국가로 확산되는 추세다. 과거에 서류상 법인을 설립해 돈을 송금했다면 지금은 현지법인이나 신탁·펀드를 적극 동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로펌·회계법인 등 전문가들의 조력을 얻는 것도 종전과 달라진 점이다.
○‘한류 스타’ 기획사도 가담
국세청 조사 결과 한류 스타가 소속된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도 역외탈세에 적극 가담했다. 아이돌그룹이 해외 공연으로 벌어들인 수익금 70억원을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려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런 수법으로 세금을 회피한 연예기획사 대표로부터 법인세 등 90억원을 추징하고 과태료 20억원을 부과했다.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도 고발했다.
한 대기업 회장 역시 국세청의 집중 추적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부친이 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 중 상당액을 부친 사망 이전 인출해 은닉했다. 부친의 사망 이후 해당 계좌를 자신의 이름으로 바꿨지만 대부분 돈을 빼낸 뒤여서 상속세를 거의 내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탈루한 상속세만 1000억원대에 달했다. 국세청은 이 상속세를 모두 추징하는 한편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과태료 4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자녀가 유학 중인 나라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거래대금을 가장한 생활비를 지속적으로 보낸 사례도 적발됐다. 국내 한 제조회사 사주는 자녀가 유학 중인 국가에 법인을 세운 뒤 시장조사 용역 계약을 맺었다. 매달 용역비 명목으로 돈을 보냈지만 자녀 유학비 및 사주 일가의 호화 생활자금으로 쓰였다.
○이달 말 스위스 계좌 추적
국세청은 앞으로 역외탈세 추적이 지금보다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간 금융거래 정보를 교환하는 ‘다자간 금융정보 교환협정’ 대상국이 작년 46개국에서 연말까지 78개국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세계의 비밀 금고’로 알려진 스위스 계좌정보 역시 이달 말 국세청에 들어온다. 스위스 금융정보는 △금융계좌번호 △계좌 소유자의 인적사항 △계좌 잔액 등이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작년 말까지 스위스에 계좌를 유지한 내국인이 있다면 대부분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 금융정보와 자금 출처를 종합 분석해 세무조사 및 검찰 고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정보 교환 대상국은 내년 97개국으로 확대된다. 이 중에는 내국인의 출국 빈도가 높은 홍콩도 포함돼 있다.
내년부터 해외에 송금할 때 신고기준 금액은 확 낮아진다. 작년 세법 개정에 따라 해외 금융계좌 기준금액이 올해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하향 조정된다. 해외 금융계좌는 외국에 개설한 계좌의 현금과 주식, 채권, 펀드, 보험상품 등을 망라한다. 해외 금융자산 잔액이 매달 말일 중 하루라도 5억원을 넘으면 모두 신고해야 한다. 해외 사업장이나 지점이 보유한 금융계좌도 신고 대상이다. 차명 계좌라면 명의자와 실소유주 둘 다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 때는 최고 20%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미신고 금액이 50억원을 넘으면 형사처벌을 받거나 이름이 공개될 수 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11조5000억원(525명)이었던 신고액은 작년 61조1000억원(1133명)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작년 말까지 총 262명에게 733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이 중 형사 고발된 사람은 26명이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한류열풍' 올라탄 新역외탈세… 1000억 상속세 안낸 사주...국세청, 역외탈세 전문직·연예인 등 93명 전격 세무조사공정위 이어국세청도 대기업 공익법인 '정조준''재벌친위대' 공익법인 불법행위 36건 적발… 410억원 추징국세청, 부동산 '꼼수증여' 등 360명 세무조사부동산 탈세 겨냥…'꼼수증여' 등 360명 세무조사 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