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뉴시스
[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다."
이베이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했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았다. 올 초 신년사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근성’을 주문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다. 유통업계 전통 강자로서 쿠팡 강세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의지가 확고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신세계(004170)는 이번 인수에 따라 e커머스 업계 2위로 올라선 동시에 업계 내 오프라인 점포를 가진 유일한 기업으로써 온·오프라인 시너지 구축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이베이 미국 본사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지분 양수도 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인수가액은 약 3조4,000억원이다. 매각실무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맡았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쿠팡을 제치고 이커머스 업계 2위로 우뚝 올라선다. 업계 1위인 네이버쇼핑은 앞서 컨소시엄을 구축했던 아군이었단 것을 감안하면, 쿠팡과의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단순히 네이버쇼핑, 이베이코리아, SSG닷컴 점유율로만 계산해도 시장 점유율은 30%를 넘는다. 경쟁업체로 꼽히던 롯데온과도 10% 격차를 벌이면서 ‘경쟁’이란 말도 무색해졌다.
특히 신세계는 기존 이커머스 시장 한계로 지적되는 오프라인 유통에서 선두를 쥔만큼 온·오프라인 결합 시너지 강화에 주력함으로써 새로운 경쟁력을 도모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네이버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한 이커머스 파워를 확보한데다 오프라인에선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지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선두로 올라서는 건 시간 문제란 게 업계 평가다.
"쿠팡 비켜"... 신세계, 온-오프 유통 '통합 1위' 우뚝
신세계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점유율이다. 이커머스업계 특성상 시장점유율이 곧 거래액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기존 3%에 불과했던 SSG닷컴 점유율을 단숨에 15%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이커머스 강자인 네이버쇼핑,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하게 됐다.
이베이코리아가 갖고 있던 데이터와 충성고객 역시 전면 흡수하면서 이를 활용한 새판 짜기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베이코리아는 '스마일 시리즈'를 통해 충성고객을 락인(lock-in)해왔다. 실제 '스마일클럽' 가입자 수는 지난해 기준 3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IT전문가 확보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베이의 숙련된 IT전문가를 얻게 되면서 SSG닷컴 규모와 성장 속도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또 기존 e커머스 업계엔 없던 오프라인 경쟁력은 새로운 형태 서비스를 만들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이커머스업체 한계로 오프라인 점포 부재가 꼽혀왔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할인점으로 구축한 신선식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온라인 장보기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베이로부터 얻은 IT 역량은 카테고리 전반에 걸친 종합플랫폼을 확고히 할 수 있다. 통합매입으로 가격경쟁력 확보도 가능해진다.
그동안 신세계그룹이 국내 최고 유통기업으로서 쌓아온 오프라인 운영 노하우와 물류 역량을 이베이와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장보기부터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전반에 걸친 종합플랫폼을 확고히 구축하고,통합매입으로가격경쟁력 확보도 가능해져 '완성형 이커머스모델'에 다가설 전망이다.
신세계는 '디지털 에코시스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뿐 아니라 최근 인수한 SSG랜더스야구단 및 이베이와 SSG닷컴 등 온라인 종합 플랫폼까지 갖추면서 완전한 온-오프 '360에코시스템'을 완성한다는 셈법이다.
이번 인수로 이마트 부문 내 온라인 비중은 약 50%에 달하게 된다. 사업 중심축이 온라인과 디지털로 대전환한단 의미다. 이베이 물량을 전면 흡수하는 만큼 신세계는 우선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거점을 온라인 물류 전진기지로 활용해 물류 경쟁력을 극대화한다. 당일배송 등을 통해 셀러 경쟁력을 높이고 이베이의 대량 물량을 기반으로 센터 가동률을 높여 투자 효율을 극대화하겠단 목표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이베이 인수는 온라인이 아닌 유통판 전체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