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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분쟁, 韓·日 갈등…더위 먹은 증시, 휴가 다녀오면 나아질까

입력: 2019- 07- 12- 오전 01:23
© Reuters.

7월 들어 코스피지수는 3.69%(9일 기준) 하락했다. 7월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4.79%) 이후 최대 낙폭이다. 험난한 여름 증시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도 올여름 증시가 어려운 길을 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꺾이고 수출이 줄면서 한국 경제와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예년보다 약해졌다. 이런 가운데 각종 대외 악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너무 비관만 할 필요는 없다는 말도 나온다. 희망이 안 보일 만큼 비관이 팽배해 있을 때가 바닥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10월 코스피지수는 23.13% 내렸다. 세상이 끝나는 듯했지만 5개월 뒤인 2009년 3월엔 13.47%, 4월엔 13.52% 올랐다. 2009년 7월에도 12.03% 상승했다.

○쉽지 않은 증시 반등

전문가들이 여름께 시작될 것으로 봤던 국내 증시 반등은 지연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올 2월과 4월 2200선까지 반등했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하면서 5월 2023.32까지 떨어졌다. 6월에도 반등을 시도했지만 이번엔 2140선을 뚫는 데 실패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초만 해도 여름께 반도체 업황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9일 D램(DDR4 8Gb 1Gx8 2133/2400㎒) 기준) 가격은 3.0달러로 올초 6.3달러에서 반토막 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정 계약 가격으로 거래하지만 현물 가격이 내려가면 고정 가격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가 흔들리면서 기업 이익과 수출도 부진에 빠져들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이익 전망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2000선 초반으로 낮아졌지만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시가총액/순이익)이 11배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시가총액/자본총계)이 0.9배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지만 이익 관점에선 국내 증시 매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미국 금리 인하 불확실성, 한·일 무역갈등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바닥은 바닥인데 반등을 이끌 뚜렷한 계기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PBR 0.9배 밑으론 잘 안 내려가

전문가들은 “지금 주식 비중을 줄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떨어질 만큼 떨어져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코스피지수가 PBR 0.9배 밑으로는 잘 안 내렸다”고 했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내 기관투자가의 고민도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할지보다 주식 내에서 어떤 종목을 담고, 어떤 종목을 팔지에 있다”고 말했다.

2분기 실적은 극도로 부진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하반기 실적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다만 “공포감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한국 기업의 실적 전망이 하반기에도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상반기 결산 후 비상경영에 들어가면서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경기는 느리지만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바닥을 통과하고 있고, 세계 각국의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선행지수와 국내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수)은 비슷하게 움직인다”며 “경기선행지수가 곧 저점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하반기 기업 실적도 상반기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단기적으론 미국 금리 인하 여부와 미·중 무역 협상, 중장기적으론 IT 업황 회복이 꼽힌다.

최석원 센터장은 “단기 악재와 증시 변동성 속에서 차분함을 유지하기 쉽지 않지만 중장기적 시각으로 증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멀리 내다본다면 지금 조금씩 주식 비중을 늘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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