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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韓반도체 '확보물량' 떨어지는 3개월 뒤가 문제

입력: 2019- 08- 02- 오후 07:50
© Reuters.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일본의 강제징용 사죄 촉구 및 전범 기업 규탄 기자회견을 하던 중 욱일기와 아베 총리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한국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

수개월치 물량을 미리 확보한 덕분에 산업 시계가 당장 '올스톱' 되진 않을 전망이지만, 진짜 문제는 재고 물량을 소진한 이후다. 이르면 3개월 후부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그야말로 '시계제로' 상황에 놓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본은 2일 오전 각의(내각 회의)를 열고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수출무역관리령(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오는 7일 공포 절차를 거쳐 21일 후인 이달 28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출 포괄허가를 받아온 1110여개 품목이 개별허가 방식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한국은 화이트리스트에 지정된 2004년 이후 3년에 한 번씩 포괄적 수출 허가를 받아왔다. 앞으로는 매 수출 건마다 최장 90일이 소요되는 개별 수출심사를 거쳐야 한다.

절차가 번거로워질 뿐 아니라 일본 정부 입맛에 따라 수출을 불허하거나 지연시키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적기에 소재, 부품 등을 조달하지 못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단 얘기다.

실제로 지난달 4일 일본이 수출규제를 적용한 반도체 핵심소재 3개(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품목은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수출 허가도 받지 못했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대목.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은 수출규제 영향을 그대로 받게 된다. 앞서 수출규제 대상이 된 3개 품목은 반도체 공정 핵심 소재로 일본산 수입 비중이 90% 이상일 만큼 대일 의존도가 높다.

수입 규모가 크고 일본 의존도가 높은 고위험 품목 역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에 집중돼 있다. 실리콘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에폭시 수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실리콘 웨이퍼 제조에 쓰이는 식각·세척 기기, 연마기·광택기 등도 일본 수입 비중이 90%를 웃돈다. 고위험 품목들에 수출 규제가 추가로 적용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업계는 일본산 부품의 수개월 치 재고를 확보하는 등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계획)을 가동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수출규제 직후인 지난달 7일 일본 출장길에 올라 수출규제 대상인 핵심 소재 3종 물량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비해 일본 소재 물량을 확보해 뒀다. 다른 업체들도 적게는 3개월, 많게는 6개월치 물량을 확보해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은 제품 생산에 영향이 없지만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반도체 1위국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일본 소재 대체품을 찾지 못했다. 중국 쪽 소재는 일본 제품보다 수율이 훨씬 떨어진다"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일본 대체품을 발굴하거나 추가 재고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부터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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