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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벽한 타인’은 친구들이 모여 스마트폰의 내용을 공유하는 게임을 하면서 생기는 사건을 다룬 소동극이다. 영화 속 예진이 처음 스마트폰 게임을 제안했을 때 극 중 인물들은 주저한다.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과 다른 사람의 비밀을 알고 싶은 욕구가 각자의 머릿속에서 뒤섞인다.
주저하던 인물들이 모두 게임을 하는 데 동의한 건 무리 중 한 명이 “재미있겠다”며 선뜻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결단하자 나머지도 슬금슬금 마음을 정한다. 모두가 동의해 게임을 시작하면서 영화 속 인물들의 비밀도 서서히 드러난다.
경제학에선 비슷한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가 있다. ‘펭귄 효과’다. 특정 상품의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주변 사람 누군가 상품을 구매하면 따라 사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펭귄은 무리지어 생활하면서 바다에서 먹이를 구한다. 하지만 천적이 있을까봐 쉽사리 바다에 뛰어들지 못할 때가 생긴다. 이때 펭귄들 가운데 한 마리가 물에 뛰어들면 나머지도 모두 뛰어든다.
기업들은 이런 펭귄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소비자 후기를 널리 퍼뜨리거나, 영향력이 큰 소비자에게 먼저 상품을 제공해 다른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비슷한 비유가 경제학에서 다른 의미의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퍼스트 펭귄’은 선구자 혹은 도전자라는 의미다. 바다에 뛰어들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펭귄 틈에서 첫 번째로 뛰어든 펭귄을 뜻한다. 경쟁자들이 주저할 때 시장에 뛰어들어 판을 벌이는 혁신 기업을 비유할 때 주로 쓴다.
영화의 소재인 스마트폰도 애플이라는 ‘퍼스트 펭귄’이 탄생시킨 제품이다. 퍼스트 펭귄은 성공하면 시장에서 막대한 초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 수 있다. 하지만 리스크 요인도 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이 리스크를 높게 평가하는 기업은 퍼스트 펭귄을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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