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현장에서 인재 확보는 중요한 주제지만 관성적으로 사용하면서 진부한 표현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높은 교육열과 인재의 힘이었다. 그러나 국정 운영 리더들의 연이은 스캔들과 도덕적 해이로 야기된 사건 사고들, 스펙 전쟁과 채용 비리에 얼룩진 채 살고 있는 젊은 세대를 바라보면 우리가 어떤 기본을 놓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마음이 든다.
오랜 시간 글로벌 기업의 인력운영 책임자로 일하며 발견한 일관성 있는 사실이 있다. 엄청난 고액 연봉을 받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전 세계를 돌며 인재를 찾는다는 것이다. 거의 ‘헤드헌터’ 수준이다. 본사 최고경영자들은 불과 하루 이틀의 짧은 출장기간에도 현지시장의 ‘유망주’들과의 만남을 꼭 성사시켜 달라고 주문한다. 흡사 프로 스포츠 세계의 코치와 스카우트들이 숨은 진주를 발굴하기 위해 경기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라도 날아가는 것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최종 영입을 위한 의사결정 단계에서는 절대 기준으로 돌아가 타협을 불허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임원급 이상을 선발할 때는 모든 면접위원의 의견통일이 이뤄지지 않는 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이런 철학과 엄격한 과정을 통해 소위 실력이 출중하다는 ‘선수’들이 입사한다고 거기서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날을 정해 각국 CEO들과 인사총괄 임원은 아시아 본부와 본사 CEO에게 매우 체계적이면서도 꼼꼼한 프로세스로 구성된 ‘인력 및 조직 리뷰’의 숙제검사를 받고 통과해야만 한다. 핵심인재들이 잘 육성되고 관리되는지, 핵심 인재는 동요 없이 집중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지, 새로운 유망주들을 계속 발굴하는지, 인재가 이탈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때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지표를 가지고 진단과 평가를 받는다. 전 세계적으로 계절별로 2주 정도는 이 일만 한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 국내 기업의 여러 CEO도 글로벌 최상위권 기업 못지않게 그들만의 인재에 대한 철학과 원칙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인재를 발굴해 훈련하고 지켜내야 한다는 이 의제가 CEO의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비즈니스의 결과와 숫자를 놓쳐버린다면 CEO의 운명도 불투명해진다. 하지만 그 결과를 위해선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성공하는 CEO들은 절대로 사람을 채용하는 데 있어 적당히 타협하려고 들지 않는 것이다. 남다른 열정으로 인재들이 모일만한 커뮤니티 현장을 늘 방문하고, 단순한 주입식 교육을 버리고 남다른 방법으로 철저하게 인재를 육성하고 코칭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가 없고 글로벌 스탠더드가 없기에 외환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이라는 국가적 비극이 터졌다고 통탄했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 속에서는 ‘인재를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말이 있었다. 우리도 인재 제일주의를 외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굳이 유비의 삼고초려 일화를 새삼 들춰낼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지금도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많은 인재는 남다른 인재를 찾고 있는 또 다른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인재를 찾아내고 육성하고 관리하는 기본기를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할 시기이다. 그렇기에 CEO들의 새로운 용병술이 더욱 분주히 빛을 발할 때다.
한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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