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선물 매도 포지션을 상당 부분 이월(롤오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증시 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이 선물 매도 포지션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은 향후 3개월 동안의 국내 증시 전망을 밝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날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에 스프레드 매도(6월물 선물 매수·9월물 선물 매도)를 통해 약 7만 계약의 선물 매도 포지션을 이월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대 규모의 매도 우위 롤오버”라고 말했다.
당초 시장에선 외국인이 선물 매도 포지션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이달 들어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지수가 반등했지만 코스피200 선물은 그만큼 오르지 않아 선물의 저평가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은 선물을 저가매수하기보다 9월 만기 선물에 대해서도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가며 증시 하락에 베팅했다.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틀어질 가능성, MSCI 신흥시장(EM)지수 내 중국 A주 비중 확대 이벤트가 8월 말에도 예정돼 있는 점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시장 움직임만 보면 증시 조정 가능성이 있다”며 “지수 상승에 너무 큰 기대를 걸기보다 종목 장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9월물 선물 저평가는 증시 수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하는 금융투자(증권)가 저평가된 선물을 사면서 주식 현물을 매도하기 때문이다. 지난 3개월 동안 금융투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원 가까이 현물을 매도한 것도 외국인이 6월 선물을 매도했던 영향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7.74포인트(0.37%) 내린 2095.41로 마감했다. 윤정선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5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등의 경기 지표 발표가 지연되면서 중국 경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높였다”고 말했다. 유조선 피격으로 인한 중동지역 불안,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관망세도 작용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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